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3.0% 달성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추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은 2.6%로 제시했다.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이 잇따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가운데서도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던 IMF마저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동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MF는 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0.2%포인트 내렸다. 내년 한국 경기는 더 둔화돼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으로 봤다. 당초 전망치였던 2.9%에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는 올해 2월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 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종전 3.0% 성장 전망을 유지했으나, 8개월 만에 수정했다.
IMF마저 한국 성장률 3.0%→2.8%로 낮춰…내년은 더 '암울'
◆세계 성장률과 격차 점점 벌어지나

IMF는 세계적으로 무역분쟁 등 불안요인이 가중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하향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주요국 중 IMF가 한국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춘 나라는 0.3%포인트를 깎은 독일이 유일했다. 미국과 중국은 기존 전망치였던 2.9%, 6.6%를 유지했고 일본은 1.0%였던 기존 전망치를 1.1%로 올렸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치 하락폭은 한국(0.3%포인트)이 주요국 중 가장 컸다. IMF가 올해 초 국가별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한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빨랐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 다른 나라들 간 성장률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2000년대까지 대부분 세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성장률이 2~3%대로 떨어지면서 역전되기 시작한 이후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2016년엔 세계가 3.3%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0.5%포인트 낮은 2.8%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성장률이 3.7%지만 한국은 3.1%에 그쳐 차이가 0.6%포인트로 벌어졌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은 기존 전망(각각 3.9%)보다 낮은 3.7%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IMF 예상대로라면 올해 성장률 격차는 0.9%포인트, 내년에는 1.1%포인트로 확대된다.

◆정부는 10개월째 ‘경기 회복세’

앞서 지난달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7%로 깎아내렸다. IMF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추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 중 2.9%를 유지하는 곳은 정부와 한국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만 남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민간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부분 2.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 골드만삭스는 2.7%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기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그린북(최근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는 수출과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세계 경제 개선, 수출 호조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10개월째 ‘회복세’라는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 진단 보고서다. 정부는 지난 7월 3.0%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추면서도 3%대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낙관 때문에 적절한 정책 대응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이 틀렸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다”며 “하지만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경고 신호를 보내는데도 ‘눈치 보기’를 하느라 상황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주요국 무역 갈등과 신흥국 자본 유출 우려를 꼽았다. 국가별로 재정 여력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상품·노동시장의 구조 개혁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별도의 정책 권고는 담지 않았다.

고경봉/성수영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