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은행과 저축은행 및 카드사 등이 소비자의 정당한 대출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는다. 금리인하요구권을 대출 약정 당시에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금융회사도 제재받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보험업법 등에 금리인하요구권을 명시한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며 “관련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에 맞춰 제재 규정을 하위 법령에 마련할 것”이라고 9일 말했다.

4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야 간 이견이 별로 없는 법안이라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소비자들이 대출 이자를 절감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법제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회사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지 않거나 정당한 금리인하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는 과태료를 최대 2000만원까지 물어야 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태료보다 높은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각 금융협회의 모범규준에 규정돼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상태가 개선될 경우 금융회사에 기존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취업, 소득 증가, 승진, 전문자격증 취득 등 ‘여신거래 조건’이 변경됐을 때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은행들은 금리인하요구가 있을 경우 신청한 날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금리인하 가능 여부를 통보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각 금융협회의 모범규준에 반영돼 있을 뿐 법률에 명시된 강제조항은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대출신청을 할 때 금리인하요구권 자체를 안내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은행들은 상품설명서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고, 홈페이지와 객장에 관련 절차를 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객에게는 이 권리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은행들은 처벌 규정이 생기면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기준에 맞지 않는데도 막무가내로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내년부터 무리한 요구라도 들어주지 않으면 금감원의 민원 창구로 달려가는 경우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