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대학에 자율성 줘야 시장 변화에 효과적 대응"
“4차 산업혁명 때문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데이비드 로즈 미국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 총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기존 산업에 융합하는 현상 그 자체는 인정하지만, 모든 대학이 그 변화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조급하게 변화를 좇기보다 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그는 1978년부터 이 대학의 총장을 맡고 있다. SVA는 그래피티 예술가 키스 해링, 팝아트 작가 케니 샤프 등 유명 작가를 다수 배출한 학교로 뉴욕에서 명문 예술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2014년에는 창의성과 교육을 통해 뉴욕시에 기여한 공로로 ‘스피릿오브뉴욕어워드’를 수상했다. 로즈 총장은 다음달 6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미래사회 변화와 대학 혁신’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교육계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로즈 총장은 “현재 미국의 예술 산업을 보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며 “우리의 일상적인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이 예술 대학 교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첨단 기술과 수업 방식의 관계도 언급했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가상현실(VR) 등을 수업에 도입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에듀테크(교육+기술)’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일본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AI 로봇을 도입해 학생들의 영어회화 공부를 돕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로즈 총장은 “대학에도 AI를 활용한 수업이 늘고 있다”면서도 “이런 수업 방식은 학생이 너무 많아 교원이 일일이 지도할 수 없는 대규모 수업에서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즈 총장은 향후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자율성 확보’에 달렸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대학의 등록금, 교과 과정 등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에 재무와 경영에 대한 많은 자유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창의적인 커리큘럼이 나오고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