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진화 실패하면 방법 없어…시설 점검 뒤 대책 세워야"
전문가들, "고양 저유소 화재, 일어나선 안 될 일"
지난 7일 국가 중요 기간시설 중 하나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에서 유류 저장탱크에 불이 나는 초유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초기진화에 실패하며 탱크에 저장된 440만ℓ 중 2만ℓ짜리 대형유조차 133대 분량인 266만ℓ를 태우고 화재 발생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께 불이 꺼졌다.

재산피해액만 43억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대형 유류 저장시설에 화재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라며 비슷한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10년 전쯤 고양 저유소 점검을 한 적이 있다는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면 센서가 작동, 탱크 내 자체 포소화설비로 화재를 순간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그런데 이번 화재 때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형 유류 저장탱크는 화재 초기에 일종의 단백질 성분인 비눗방울 같은 포말을 쏴 산소 공급을 차단, 순간적으로 불길을 제압하지 못하면 이후 유류가 소진될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진화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경 100m 이내 온도가 섭씨 100도 안팎까지 올라가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 때도 탱크에 저장된 기름을 탱크 아래 배관으로 빼내 탱크 내 기름을 줄이는 방법으로 겨우 진화에 성공했다.

문제는 유증기가 늘 발생하고 화재에 취약해 나름 방재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상시 점검체계를 유지하는 시설에서 불이 났다는 점이다.

고양 저유소를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측은 매일, 월, 분기, 6개월, 연간 단위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일 불이 난 탱크는 운영되지 않았고 탱크와 관련된 작업도 없었다고 경인지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화재가 발생한 것도 모자라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인세진 우송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인 교수는 "현실적으로 진화 방법이 없는 시설에서는 예방이 첫 번째"라며 "아무리 유증기가 많이 발생하는 시설이라 하더라도 도화선이 될 불씨가 발생하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 교수는 이어 "외부적 요인이 없다면 전기 스파크 등 내부적 시스템 결함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며 "포소화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점검해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재 교수도 "대형 유류 저장시설에서 불이 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탱크로 화재가 번졌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