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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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두 차례 남겨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금통위(10월18일)를 앞두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만큼, 11월 금통위(11월30일)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이 총재는 "경제전망치보다 경제 전망 등의 흐름이 예상 수준인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상 기조에 재차 무게를 실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성장률 전망치 하향 가능성…금리결정에는 흐름이 더 중요"

이 총재는 10월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비쳤다. 금융업계에서는 한은이 7월 경제전망 당시 2.9%로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월 금통위에서는 2.8%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인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인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지난 5일 인천시 심곡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 워크숍에 참석해 "올 7월 전망시점 이후 2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 등 각 경제통계의 실적치를 감안하면 성장과 물가에 관한 10월 전망치가 다소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경우 연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 흐름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 시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조정 여부가 중요하기 보다는 수정 전망 흐름,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종전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났는지, 아니면 대체로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목표 수준에 점차 근접해나간다는 판단이 선다면 금융안정도 비중있게 고려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대외금리차·가계부채 증가…금리 인상에 무게 실어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외금리차 확대와 가계부채 증가 등을 언급하며 금융 안정 차원에서의 금리 인상 필요성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전망…이주열 "금리결정에는 전망치보다 흐름이 중요"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폭은 0.75%포인트로 확대된 상태다. 2007년 7월 이후 11년2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이 총재는 "(Fed의) 금리 인상이 올 들어 벌써 세 번째였는데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조정인 만큼 지금까지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내외금리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만큼 종전보다는 좀 더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 금융 안정 차원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리먼 사태(2008년 금융위기) 10년을 맞아 변화를 짚은 리포트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글로벌 부채가 크게 늘어난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글로벌 가계, 기업, 정부 부문의 총부채 규모가 2008년 이전보다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인 만큼 한은도 금융안정 차원에서 가계부채 증가 추이에 계속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주열 "외부의견 의식해 금리인상 결정 않을 것"

올해 두 차례 금통위를 남긴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후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은 무게를 두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경기회복을 전제로 하는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것은 부조화스럽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이 지난해 11월 금리를 인상한 후 꾸준히 인상 기회를 봐온 셈"이라며 "한은이 내년까지 한두차례 가량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올해는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최근에는 금리 인상 시기를 10월로 점치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1월에도 투자와 고용지표, 물가상승률 등 측면에서 경제여건이 뚜렷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 인상 신호를 충분히 시장에 전달한 만큼 금리 인상 시기를 굳이 미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10월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 수준으로 수정한다고 가정하면 금융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10월에 인상하는 게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부문 파트장 역시 "금융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의 조건이 갖춰졌다고 가정하면 11월보다는 10월에 인상하는 방안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잇따른 금리 관련 발언으로 금융시장에 혼선이 빚어진 가운데 통화정책 중립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외부의 의견을 너무 의식해 금리인상이 필요한데도 인상을 하지 않는다던가 아니면 인상이 적절치 않은데도 인상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본연의 멘데이트(책무·mandate)에 충실하게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부동산 관련 금리인상 발언을 한 가운데 중립성을 강조한 대답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의 금리 관련 발언 논란이 불거진 뒤 이 총재가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