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더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 7월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춘 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단 워크숍에서 “7월 전망 시점 이후 나온 각 경제통계 수치로 미뤄볼 때 성장과 물가에 대한 종전 전망치가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8%로 낮출 듯
한은은 매년 1, 4, 7, 10월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이 총재가 7월에 이어 10월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추는 방안을 언급한 것은 경제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글로벌 무역분쟁의 전개 방향과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고용 부진도 단기간 안에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제 기관들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끌어내렸다.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각각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2.7%, 2.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의지는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해나간다는 판단이 선다면 금융안정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은은 최근 경기 둔화에도 한국의 성장률이 잠재수준(2.8~2.9%)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여기에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9%에 달하면서 목표 수준(2%)에 다가선 만큼 금리 인상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저금리 탓’이라는 여당,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반박하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그는 “주택 가격 상승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인데 현시점에서 어느 요인이 주된 요인이냐는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택 가격 상승에는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 여건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주택수급 불균형과 개발계획 발표 후 기대심리가 확산된 점 등이 같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