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국채금리 일제히 상승·주가 하락…월가 공포지수 급등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우려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장중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232%로 2011년 5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전날 서비스업 경기·민간 고용 등 미국 경제지표 호조와 연준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매파' 발언이 겹쳐 급등한 데 이어 추가 상승한 것이다.
미 경제호조·파월 매파발언에 세계 금융시장 '흔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일 한 행사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중립금리로부터 한참 멀리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를 키웠다.

이날 새로 발표된 경제지표도 미국 경제의 호황을 뒷받침했다.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의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7천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해 49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크리스 이고 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경제는 끓어오르고 있다"며 "채권시장이 최근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었지만, (미국) 경제가 얼마나 강한지는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은 유럽,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주요국 국채 금리가 대부분 상승했다.

유로존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06%포인트 올라 0.53%였으며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66%로 0.09%포인트, 프랑스 10년물 국채는 0.87%로 0.06%포인트 각각 올랐다.

다만 미국 급등 폭이 워낙 컸던 탓에 '트랜스애틀랜틱 스프레드'로 불리는 미국과 독일의 국채 10년물 금리 차는 30년 만의 최고치인 2.75%포인트까지 커졌다.

매도세가 커지며 거래량도 늘어났다.

존 힐 BMO 캐피털마케츠 미 금리 전략가는 로이터에 "밤새 도쿄·런던 거래시간에 거래량이 엄청나게 많았다"며 "외국 국채시장이 어제 엄청났던 미국 국채 투매를 따라잡으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리서치사 리퍼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1주일 동안 미 국채 펀드에서 투자자들은 17억달러(1조9천억원)를 빼내 2016년 3월 이후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미 경제호조·파월 매파발언에 세계 금융시장 '흔들'
주식시장도 채권시장 영향을 받아 출렁였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주가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전날보다 1.06% 내려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 50은 전날보다 0.89% 하락했고 영국 FTSE 100지수도 1.22%, 독일 DAX지수는 0.35%, 프랑스 CAC 40지수는 1.47% 각각 내렸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0.7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2%, 나스닥 지수는 1.81% 급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4.22로 22.48% 급등했다.

하루 상승률로는 지난 6월 하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중남미 신흥국 주식시장도 약세로 MSCI 라틴아메리카지수는 전날보다 2.13% 하락했다.

달러지수는 변동이 거의 없었으나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달러당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전날보다 1.6%, 칠레 페소화 환율은 2.2% 하락했다.
미 경제호조·파월 매파발언에 세계 금융시장 '흔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