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 듯이 국내에 진출하는 글로벌 호텔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토종 특급호텔들의 브랜드 다변화 시도가 엇갈린 성과를 내고 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부응해 호평을 받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인 롯데호텔은 라이프스타일 호텔인 L7,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 등을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며 국내 최대 체인호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오픈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은 올해 투숙률이 작년도 동기 대비 200%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235객실 중 장애인 객실 등을 제외한 일반 객실은 주말마다 만실에 가깝고, 대표 레스토랑인 '스테이'도 연말 예약이 이미 완료됐을 정도로 성업이다.

리뉴얼 후 지난달 오픈한 이그제큐티브 타워는 40만원 이상의 높은 객단가를 기록하면서도 첫 달 30%를 상회하는 투숙률을 보였다.

투숙객 중 40%가 내국인으로 구성될 정도다.

다만 특급호텔 중에서도 손꼽히게 높은 가격 때문에 아직 투숙률이 높지 않아 일각에서는 경쟁이 심화하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 올해 1월 오픈한 L7홍대는 홍대 권역에서 가장 많은 340실을 갖춘 호텔임에도 70%대의 높은 투숙률을 기록하며 롯데호텔이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 기여했다.
토종 특급호텔들 브랜드 다변화 전략 '희비'
신라호텔은 가성비 높은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중심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라스테이는 2013년 11월 동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11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스테이는 메르스로 인한 중국 단체관광객 회복 지연에도 상품 및 채널 다변화를 통해 투숙률이 11개 전 지점 고루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오픈한 서초점은 올해 매출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신라스테이의 성공은 합리적 소비 트렌드에 맞춘 경영으로 조기 안정화를 이룬 덕분"이라며 "프리미엄급 객실 구성 등 가심비 높은 비즈니스호텔로 '합리적인 호텔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토종 특급호텔들 브랜드 다변화 전략 '희비'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또한 '다락휴'라는 우리나라에 아직 생소한 캡슐 호텔 형태의 브랜드를 출시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다락휴'는 현재 인천공항 제1터미널과 2터미널에서 각각 운영되고 있으며 여수에도 최근 지점을 열었다.

다락휴는 공항에 찾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데 특화된 호텔인 만큼 시간제 과금 형태로 운영된다.

인천의 경우 오버나이트(20시∼8시) 기준으로 99%가 만실이며 주간(9시∼20시)에는 객실의 절반가량이 차있다.

객실 평균 판매가는 5만원 수준으로, 객실을 모두 팔면 연 매출 약 16억원 정도가 발생한다.

8월 오픈한 여수 다락휴는 객실은 약 8.2㎡(2.5평) 공간에 침대와 화장실, 샤워실 등 필수 시설만 도입해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한편 매트리스, 침구, 어메니티는 워커힐 호텔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고수해 콤팩트 럭셔리 호텔을 표방한다.

8월 오픈하자마자 점유율이 평균 85% 이상을 기록했다.
토종 특급호텔들 브랜드 다변화 전략 '희비'
신세계조선호텔은 올해 7월 첫 독자 브랜드인 '레스케이프'를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다른 호텔브랜드들에 비해 아직 실적이 신통치 않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구체적인 투숙율을 밝히지 않았으나 초반에는 성수기임에도 30∼40% 정도였고, 현재는 이보다 조금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티크호텔이라는 생소한 개념이 아직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가격이 주변 다른 호텔들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신세계는 맛집 블로거인 김범수 총지배인을 선임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실적이 좋지 않자 웨스틴조선호텔 출신의 호텔전문 경영인을 부지배인으로 발령내기도 했다.

신세계호텔은 다만 레스케이프호텔이 부티크 호텔의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국내 호텔 시장에서 제대로 된 부티크 호텔을 표방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선두 브랜드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또한 식음료업장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중식당 '팔레드신'의 경우 원하는 날짜와 인원수에 맞춰서 예약하려면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종 특급호텔들 브랜드 다변화 전략 '희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