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Study - 디자인 싱킹(1)

코카콜라·나이키·스타벅스 등
디자인 선도기업 기업가치
일반기업보다 10년간 219%↑

도시재생·전통시장 환경개선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큰힘 발휘
공유가치 창출 도시재생 1호로 선정된 부산 사하구 감천마을.

공유가치 창출 도시재생 1호로 선정된 부산 사하구 감천마을.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제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지수는 2011년 세계 3위에서 2016년 5위로 하락했다. 2020년에는 인도 등에 밀려 6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반도체산업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산업 간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켜 중국 등 후발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아지면서 언제든 추격당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경제 불안을 타계할 방법은 없는가. 2010년 이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혁신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디자인 주도 혁신’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 기업들이 생산과 판매에 초점을 맞췄다면 2000년대 이후부터는 제품에 디자인을 활용하거나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등 고객 경험이 중요해졌다. 디자인이 스타일링뿐 아니라 최종 사용자의 경험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혁신으로 기업가치 높여

IBM은 올해 디자인의 경제적 효과를 조사, 디자인싱킹을 적용하면 상품 개발 기간이 33% 앞당겨지고, 작업 시간은 75% 단축되며, 제품 출시는 2배 빨라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DMI(Design Management Institute)의 디자인 가치 인덱스에서도 S&P500 기업 중 디자인 선도기업(코카콜라, 나이키, 스타벅스 등) 15개를 조사한 결과 기업가치가 일반 기업 대비 10년간 219% 상승했고, 수익이 약 17.5% 증가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디자인은 사회문제 해결에도 활용되고 있다. 유엔은 새천년개발 목표를 추진함에 있어 서비스디자인을 적극 활용했다. 이어 2030년까지 달성할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발표했다. 17개 분야가 협력해 169개 세부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를 이행할 것이고, 서비스디자인은 각 분야와 협업하고 융합하며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공공부문과 민간 기업에서도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증가하자 네덜란드는 호그벡(Hogeweyk)에 치매마을을 조성했다. 이곳에 있는 환자들은 중증환자임에도 물건을 사고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며 문화생활을 한다. 노인들은 자신이 치매환자라는 것을 잊은 채 환자가 아니라 일반 주민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인간 감성경험과 인공지능(AI)의 만남으로 소비자 성향을 파악, 연매출 1조원을 넘으며 단숨에 2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한 스티치픽스도 디자인싱킹을 활용한 사업 성공 모델로 떠올랐다. 고객이 작성한 스타일 선호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옷을 추천해주고, 이 중 다섯 가지를 배송한다. 고객의 80%가 추천받은 옷을 구매했고 첫 구매 후 90일 안에 재구매했다. 이는 온라인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서비스와 고객경험, 디자인이 주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공공 디자인으로 사회문제 해결

한국디자인진흥원도 디자인 주도 혁신이 적용되고 보급·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연구와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수요 확대를 위해 도시재생과 전통시장·산업단지 환경개선, 사회문제 해결 등 공공분야의 디자인 활용을 주도하고 있다.

공유가치 창출 도시재생 1호로 선정된 부산 사하구 감천마을은 10년 전만 해도 3만여 명이 거주하던 곳이었지만, 현재 8000명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폐가가 늘어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됐다. 마을 재생을 위해 이해관계자와 여러 차례 인터뷰와 현황 조사 등을 거쳐 물리적 환경개선뿐 아니라, 문화예술 프로젝트, 커뮤니티 사업 등의 서비스 디자인모델 8건을 구축하고 그중 3건을 수행했다. 특히 관광객 편의를 위해 개발한 길 찾기 시스템과 지역 경로당 노인이 만든 마을 기념품은 주민과 외부인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디자인은 단순 도시개발(開發)을 재생(再生)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주민을 도시개발에 적극 참여시켜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보존하며, 궁극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상생하며 자립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대형마트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시행한 ‘서비스디자인적용 패키지 모델’ 역시 전통시장의 환경 분석과 상인, 고객, 지역 주민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에 최적화된 디자인 모델을 구축해 적용했다. 그 결과 수유시장은 매출 15.7% 증가와 객단가 11.4% 증가, 안동시장 매출 13% 증가, 고객 27% 증가, 부여 시장은 유동인구 16% 증가, 방문고객 31%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디자인 혁신을 통한 변화를 경험한 상인들이 서비스디자인마인드를 갖추게 되고 결국 이는 시장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자생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저성장 탈출 해법 '디자인 주도 혁신'에 있다

불투명한 경제 전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아마도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눈에 보이던 산업(제조업)이 그 힘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힘을 믿어보자. 디자인은 개인과 구성원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조직에 혁신적 사고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산업과 산업이 융합해 더 큰 가치를 창발하게 할 것이다. 사회문제에 대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해결책도 제시할 것이다. 기업혁신과 사회문제 해결, 그 답은 디자인에 있다.

윤주현 <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