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族' 나는 인증한다, 고로 존재한다
‘카페인족’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카페인족은 이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보를 얻고 쇼핑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다수인 이들은 좋은 것을 보면 SNS에 ‘인증’부터 하고, 타인이 올린 ‘인증샷’을 참고해 구매를 결정한다. 이들은 왜 인증에 집착할까. 이들을 사로잡으려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써야 할까.

인증샷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심리를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성장이 정체된 시대를 사는 밀레니얼 세대에겐 항상 불안감이 따라 다닌다. ‘청년실업률이 높다는데 취직은 할 수 있을까?’ ‘취직을 하면 집은 살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불안해할 수만은 없다. 어떤 식으로든 불안을 해소해야 심리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밀레니얼들이 SNS 속 자아를 꾸미는 데서 위안을 찾는 이유다.

'카페인族' 나는 인증한다, 고로 존재한다
SNS에 올라온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을 두고도 이 교수는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라며 “SNS 속 자신의 자아가 유행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면 주류에서 벗어난 것 같은 불안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사이에서 ‘인싸’(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 인사이드의 줄임말)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 역시 ‘이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카페인족은 쇼핑할 때도 이런 경향을 보인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SNS에서 많은 구독자와 팬을 거느려 ‘인플루언서’로 불리는 사람들을 따라서 물건을 사는 이가 많다”며 “이렇게 물건을 사는 데엔 ‘이 사람들이 추천하는 제품을 사면 이 사람처럼 주류가 될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했다. 인플루언서와 협약을 맺고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인플루언서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SNS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꾸준히 형성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인플루언서는 한 사람이 홍보하는 브랜드의 가짓수가 많다. 그래서 브랜드 가치를 홍보하기보다 제품만 홍보할 가능성이 크다. 최 교수는 “소비자에게 진정성을 보이는 게 관건”이라며 “SNS에서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 뒤에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가 만병통치약인 것도 아니다.

한상린 교수는 “인플루언서 개인이 검증되지 않은 말을 해서 SNS를 타고 허위사실이 전파될 위험도 있다”며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은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더라도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