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급감했다. 2016년 8월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스포츠세단 G70과 개발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조기에 출시해 판매량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419대 팔렸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9% 급감했다. 제네시스의 월 판매량이 500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미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41.5% 줄어든 8909대에 그쳤다.

미국서 반등 노리는 제네시스
제네시스 판매망 독립 과정에서 불거진 현지 딜러와의 갈등이 판매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올초 현대차 딜러와 제네시스 딜러를 분리하기로 하고 100여 개의 제네시스 전문 판매점 선정에 나섰다. 고급차 브랜드로서 제네시스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일부 딜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 판매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판매망 독립을 포기하고 현대차 전시장에 별도의 제네시스 판매 공간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제네시스 판매를 허락하기로 했다. 850여 개의 딜러사 중 400여 곳이 이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빚어지는 동안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판매량이 떨어졌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네시스 브랜드에는 아직까지 SUV 모델이 없다. 중·대형 세단만으로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G70을 본격적으로 판매해 자존심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G90(국내명 EQ900) 부분변경 모델과 G80 완전변경 모델 출시도 예고돼 있다. SUV 모델인 GV80의 개발도 서둘러 2020년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스포츠 쿠페 등을 비롯해 2021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을 6개까지 늘려 미국 고급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