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닉라루쉬가 일반 차량을 장애인용으로 개조해 만든 제품. /김낙훈 기자
테크닉라루쉬가 일반 차량을 장애인용으로 개조해 만든 제품. /김낙훈 기자
-이동성 로봇 디지털화가 대세…중견·중소기업 먹거리 차원에서 관심 가져야
-다양한 기능의 휠체어·손쉽게 이동수단 실을 수 있는 자동차 등 대거 출시
-로봇활용해 재활치료 돕기도…디지털화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
-42개국 967개사 출품…참관객은 5만 600명으로 최종 집계돼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린 ‘레하케어2018(독일 국제재활 및 실버제품전시회)’는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겨냥한 제품이 얼마나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전시회였다. 이는 중견·중소기업의 먹거리로도 연결된다. 국내의 장애인 관련 제품은 휠체어 운동기기 등 소수에 그친다. 하지만 이곳에선 고급차량에서 재활치료용 로봇, 심지어 레저·스포츠시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전시됐다. 독일에는 16개 연방주가 있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자기 지역으로 관광을 올 수 있도록 각종 레저시설을 구비해놓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비록 장애인이지만 ‘장애물 없는 생활(barrier-free life)’를 추구하는게 구미 선진국의 장애인정책이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장애인의 이동과 재활, 정보접근을 쉽게 해줄 수 있는 기기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의 핵심트렌드는 ‘MRD’로 정리할 수 있다. Mobility(이동성), Robot(로봇),Digitalization(디지털화)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여준게 ‘사이배슬론’이라는 운동경기다. 의수·의족이나 로봇 등을 착용한 장애인들이 물건을 들고 문을 여는 등 스스로의 노력으로 난관을 뚫고 목표지점까지 누가 빨리 도착하느냐를 다투는 경기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가 주관한 이 행사엔 각국의 취재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최대 출품업체 몰린 이동수단
호코마의 재활치료용 로봇. /김낙훈 기자
호코마의 재활치료용 로봇. /김낙훈 기자
전시회 주최측인 메쎄뒤셀도르프는 이번 전시회 출품업체를 최종 집계한 결과 총 42개국 967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참관객은 5만 600명으로 집계됐다. 출품업체중 600여개 업체가 이동수단을 전시했다.
여기엔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고급자동차·휠체어 등이 포함된다. 특히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의 간판 자동차업체들은 모두 장애인용 자동차를 대거 선보였다. 휠체어를 뒷좌석에 손쉽게 실을 수 있는 자동차가 대세를 이뤘다. 특히 벤츠와 BMW는 고급차량의 뒷좌석쪽에서 로딩시스템이 나와 간편하게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을 전시했다.
하지만 완성차업체만 이런 제품을 출품한게 아니다. 차량을 개조해 장애인용으로 만든 업체도 다수 있었다. 독일 기업인 테크닉라루쉬가 그중 하나다. 이 회사의 한스 페터 에버하르트씨는 “우리가 제작하는 휠체어로딩시스템은 뒷좌석이나 트렁크에 휠체어를 싣는데 15~30초면 충분하다”며 “장애인들이 신속하게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이라고 말했다.이 부스에선 장애인들이 실제 작동해보려고 줄을 서기도 했다.
휠체어는 수백개 기업이 전시했다. 수동형에서 전동형 등 갖가지 모델이 선을 보였다. 국내기업중에는 토도웍스 등이 이와 관련된 제품을 선보였다. 토도웍스는 수동식 휠체어를 전동식으로 바꿔주는 파워어시스트키트를 출시했다. 이 회사의 정성환 본부장은 “우리의 파워어시스트는 가볍고 저렴한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영국의 스쿠터팩은 소형스쿠터 ‘스쿠터팩 캐노피’를 선보였다. 1인승으로 평소엔 덮개를 열고 다니다가 비가 오거나 추울땐 간편하게 지붕(캐노피)를 덮을 수 있는 운반수단이다.
◆첨단로봇 활용해 재활 돕는 제품도 속속 등장
재활로봇은 스위스· 이스라엘· 일본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이 분야의 선발업체인 호코마는 직접 사람이 로봇의 도움을 받아 걸어다니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다리 마비 환자가 로봇의 도움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있는 제품이다. 이 회사의 토마스 히르트 페테르자임씨는 “F1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슈마허가 스키를 타다 부상을 당한 이후 우리 제품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인 티로보틱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원래 반도체이송로봇 등 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다. 이런 기술을 응용해 하지마비 장애인용 재활로봇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로봇제품을 개발해온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이 분야에 진출했다”며 “이들 제품은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여서 아직 임상시험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사이배슬론 경기 모습. 의수·의족을 착용한 장애인이 물건을 들고 문을 열며 목표지점까지누가 먼저 도착하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김낙훈 기자
사이배슬론 경기 모습. 의수·의족을 착용한 장애인이 물건을 들고 문을 열며 목표지점까지누가 먼저 도착하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김낙훈 기자
◆정보접근을 쉽게 하는 디지털제품 분야에선 한국이 두각
건융IBC는 시각장애인의 언어인 점자를 스마트폰에 입력할 수 있는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점자입력기 제품을 선보여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유위컴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증폭기 및 스마트 음성송수신기 제품을 선보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인 닷워치를 제조하는 닷은 영어 일어 등 11개 언어를 지원하는 닷워치로 주목을 받았고 인도바이어가 이 업체 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한국의 등록장애인은 2017년 기준으로 254만명이다. 이중 지체장애인 125만명, 청각장애인 30만명, 뇌병변 25만명, 시각장애인 25만명 등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관을 개설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정현철 수석은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은 디지털기술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만큼 이를 접목시킨 제품을 개발하면 시장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뒤셀도르프=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