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보급형 세단인 모델3 생산 목표를 달성해 양산 능력에 대한 시장 우려를 떨쳐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폭탄을 맞아 중국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생산 지옥’을 겨우 넘어서자 ‘관세 지옥’을 만난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3분기에 모델3와 S, X를 합쳐 8만142대를 생산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모델3가 5만3239대였다. 모델3 생산량은 2분기(2만8578대)의 2배 수준이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밝힌 생산 목표치 5만~5만5000대에도 부합했다.
생산능력 우려 떨쳐낸 테슬라…이번엔 중국發 '관세 폭탄'에 휘청
테슬라의 3분기 모델3 생산량은 2주 동안 라인 점검을 위해 생산을 일시 중단한 점을 고려하면 주당 5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9월 마지막 주에 5300대 이상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선주문 방식을 고수하는 테슬라가 3분기 소비자에게 인도한 차량은 8만350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인도분 10만3000대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모델3는 5만5840대가 팔려 시장 예상치(5만5600대)보다 많았다. 리서치회사인 CFRA의 개럿 넬슨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모델3 생산 및 인도량은 확실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평균 판매가격이나 생산비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머스크 CEO는 올해 50만 대 생산을 약속했다. 하지만 조립 공정 불안정 등의 문제로 상반기까지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모델3의 주당 5000대 생산 목표를 달성한 건 6월 마지막 주 들어서였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앞에 임시 천막까지 치고 생산에 매달린 덕분이다. 시장에선 테슬라가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해왔다.

모델3 생산량이 주당 5000대를 넘으면서 테슬라의 현금흐름도 개선될 전망이다. 에버코어리서치는 테슬라가 모델3를 분기당 6만5000~7만 대가량 소비자에게 인도할 경우 재정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익을 내는 수준에 거의 다다랐다”고 밝혔다.

미·중 통상분쟁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가 줄고 있어서다. 그는 “중국이 7월부터 테슬라 차량에 40%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며 “다른 국가의 수입차 관세 15%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6월부터 수입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린 중국은 미국산 차에만 추가로 25%를 더 매기고 있다. 미국이 7월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관세를 얻어맞은 테슬라는 7월 중국 판매가를 20%가량 올렸다. 게다가 테슬라 차량은 판매가의 15% 수준인 중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도 아니다. 테슬라는 “중국 업체보다 비용이 55~60%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10만3000대)의 15% 수준인 1만5000대를 중국에서 판매했다. 작년 말까지 중국 3000곳에 충전소를 건설하고 35곳의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확보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했다.

테슬라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7월 발표한 상하이 공장 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장은 2년 뒤에나 완공되며 목표인 연간 50만 대 생산까지는 5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머스크 CEO는 8월 상장폐지 트윗을 날려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피소됐고 이 때문에 CEO 자리는 유지하되 이사회 의장직에서는 물러나기로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