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택시, 주유소와 '짬짜미'
부정수급액 年 5500억 추정
실제 적발액은 60억에 불과

"카드깡·용도外 사용 등 만연"
지자체 단속만으론 한계
석유관리원·국토부 합동단속
제주시는 유가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 24명을 지난 5월 적발했다. 이들은 유류 구매카드로 하루 네 차례 이상 주유하거나 탱크용량을 초과하는 기름을 넣은 것으로 기록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같은 유가보조금 부정사용 적발은 드문 사례다.

정부가 한국석유관리원 등 전문기관을 동원해 유가보조금의 부정사용 실태를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유가보조금 누수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가보조금은 사업용 화물차와 버스, 택시 등에 지급하는 정부 지원금으로, 연간 2조6000억원 규모다.
줄줄 새는 年 2.6조 유가보조금…칼 빼든 정부

◆석유관리원·국토부 합동단속

3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석유관리원은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하기 위한 합동점검을 하기로 했다. 이르면 이달 시범 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석유관리원이 유가보조금 실태 조사 및 관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금까지 유가보조금 관리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왔다. 하지만 시·군·구의 단속 인력이 적은 데다 적발 수단도 변변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작년 말 산업부 국토부 등 6개 부처 합동으로 ‘석유제품 유통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합동점검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합동점검단의 주축은 석유관리원이다.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매주 석유수급 전산 정보를 받고 있는 데다 실시간 이상징후 감지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서다. 손주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전국 주유소 정보가 다 있기 때문에 유가보조금 실태를 다른 어떤 기관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석유 관련 전산화가 잘 돼 있어 단속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백현식 국토부 물류정책과장은 “유가보조금 부정사용에 대한 단속을 각 지자체에 위탁하다 보니 실효성 문제가 제기돼왔다”며 “석유관리원 등과 같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부정사용 적발액 한 해 60억원뿐

국토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유가보조금을 받은 차량은 약 72만 대로 집계됐다. 영업용 화물차가 가장 많은 39만4960대였고, 택시 25만1695대, 버스 6만9999대였다. 작년에만 총 2조6126억원의 세금이 여기에 쓰였다. 영세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2001년 도입된 유가보조금은 지금까지 30조원 넘게 지급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보조금은 차종에 따라 지원금 한도가 다르지만 현재 경유는 L당 345.54원, 액화석유가스(LPG)는 L당 197.97원이다. 하지만 부정사용 적발액은 많지 않다. 각 지자체의 단속 실적이 연간 총 50억~60억원에 불과하다. 유가보조금 전체와 비교하면 적발 비율은 0.2% 정도다.

유가보조금 수급자 사이에서 ‘카드깡’(임의로 카드 결제한 뒤 현금 수령)이나 용도 외 사용(값싼 등유를 주유하거나 자가승용차에 주유)이 만연해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얘기다. 화물차주 등과 주유소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데다 단속도 워낙 허술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유류구매카드 결제액과 화물차의 등록제원 평균 연비를 비교한 결과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액은 한 해 약 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선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은 적발되더라도 1년 이내 유가보조금 지급을 정지하는 행정처분이 처벌의 전부다.

조재길/서기열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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