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집행유예 석방 땐 경영 정상화·롯데 개혁 작업에 속도
구속 유지되면 경영 차질 불가피…"회복불능 상태 될수도"
신동빈 2심 선고 이틀 앞으로…롯데 운명 '갈림길' 놓여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2심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 5위 그룹인 롯데가 긴장감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속 8개월을 맞은 신 회장은 오는 5일 오후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라 구속 상태가 유지되거나 석방될 수 있다.

롯데는 신 회장이 석방될 경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대규모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구속 유지로 총수 부재 상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한다면 심각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무죄 석방 시 롯데 개혁 가속 관측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취득을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가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500억 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등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비리 사건까지 통틀어 선고를 하게 된다.

지난 8월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경영비리와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의 구형량과 같다.

신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았으면 거절할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저희가 요청받은 건 올림픽 선수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이 뇌물이 아니라 사회 공헌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 석방될 경우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 및 재판 등으로 인해 떨어진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앞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2017년부터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및 총 40조원 투자 계획과 더불어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과거 정책본부 축소 재편,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그룹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무죄로 나온다면 신 회장이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2016년 개혁안과 같은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율을 낮추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금융 계열사 정리 등으로 지주사 체제 구축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2심 선고 이틀 앞으로…롯데 운명 '갈림길' 놓여
◇ 집행유예 석방 시 활동제약 속 그룹 정상화 노력 예상돼
롯데는 집행유예를 통해서라도 8개월째 이어진 총수 공백이 더는 길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내고 있다.

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 노동조합 집행부도 최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에 오는 5일 항소심 선고에서 신 회장을 석방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집행유예라 할지라도 일부 유죄가 인정된다면 대법원 상고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므로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는 어렵지만, 경영 정상화는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석방된다면 총수 부재로 미뤄왔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 결정, 인수합병 등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사업 등 해외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등 당면 현안들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로 석방되더라도 신 회장은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빈 2심 선고 이틀 앞으로…롯데 운명 '갈림길' 놓여
◇ 구속 유지될 경우 '롯데호' 표류 장기화
2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고 신 회장의 구속 상태가 유지된다면 지난 8개월 간 주요 의사결정이 사실상 '스톱' 상태였던 롯데그룹의 경영 차질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검토·추진했으나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해 이를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해외 진출이나 신규사업 진출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신 회장의 부재 중에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구속 상태가 계속된다면 글로벌 경제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주요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롯데가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총수 공백이 길어질수록 보수적인 투자사들의 투자 및 보증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롯데의 재정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더해 신 회장의 공판 결과에 따라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칫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도 롯데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의 부재가 1년 이상 장기화한다면 이를 회복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롯데가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