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 이동 수단 없어서 못 팔아
-PHEV, 자율주행 기능성 이동 수단 현실로

"최근 유럽의 화두는 '에코 모빌리티(Eco Mobility)'이고, 전력 최적화로 장거리 주행 경쟁이 아니라 이동 수단에 기능적으로 누가 더 많은 융합을 했느냐가 관건입니다." 2일(현지 시간) 개막한 2018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현대차 유럽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물론 여전히 주력 무대에 오른 제품은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Automobile)로 여겨지지만 대부분의 컨셉트는 전동화 된 이동 수단의 개념을 담고 있어 미래 시장의 변화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모빌리티 세상을 개척하려는 각 사의 노력은 이번 모터쇼에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시장을 오가는 셔틀은 이미 자율주행 이동 수단이 차지했고, 르노는 자율주행 'EZ PRO' 컨셉트가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 가감 없이 보여줬다. 이른바 운전자 없는 '푸드 트럭' 개념이다. 또한 EZ 얼티모 컨셉트는 이동 수단을 움직이는 거실로 만들어 미래 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전동화 된 자율주행 이동 수단에서 동력 성능 등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터리 용량과 전기모터 등이 언급되지만 과거 내연기관과 달리 전동화 성능은 더 이상 제품 차별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연기관 외에 별도로 만든 친환경 브랜드를 내세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아우디 e-트론, 벤츠 EQ, 현대차 아이오닉, BMW ‘i’ 등이 대표적이다.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하이브리드의 득세다. 이와 관련, 현장에서 만난 유럽 완성차 관계자는 "파리와 런던, 함부르크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이 오는 2020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디젤차 운행을 금지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며 현 시점에서 구매자들이 디젤을 꺼리지만 동시에 디젤 만큼 고효율을 원한다는 점에서 HEV, PHEV 등의 선호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럽 내에선 토요타의 앞선 하이브리드 전략이 결국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부품회사 포레시아 관계자는 "유럽 내 하이브리드 인기가 상당히 높다며 푸조와 시트로엥, 벤츠, BMW 등 모든 제조사들이 PHEV에 치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수소전기차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유럽도 순수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의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또 하나 관전 포인트는 중국 제조사의 활발한 유럽 진출이다. 이번에 전시장을 마련한 광저우자동차(GAC)는 미니밴과 SUV 등을 앞세워 유럽 문을 잇달아 두드리는 중이다. 내연기관 부문에선 유럽 진출이 가능할 만큼 기본 제품력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저우자동차 관계자는 "중국 내 해외 합작사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유럽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준 측면이 분명 있다"며 "진출 초기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꾸준하게 유럽 문을 두드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고성능 버전 'N'을 앞세웠다. 이미 친환경 제품군이 마련된 만큼 유럽에서 부족한 고성능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이다. i30 패스트백 'N' 버전 등 이른바 'N' 공간을 별도로 꾸며 고성능 이미지를 이어갔다.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이처럼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기능, 용도별 자동차가 복합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2018 파리모터쇼는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내연기관 등이 섞이고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능이 당연하게 얽히는 복합 모빌리티 시대 말이다. 전시장을 오가며 '카(Car)', '오토(Auto)' 대신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계속 들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폭스바겐, 볼보 등의 불참으로 자동차 모터쇼로서 외연은 축소됐지만 적어도 모빌리티 개념 만큼은 확장됐음을 인식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파리=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