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사무실 밀집 지역에 있는 음식·주류 관련 업종의 오후 6시 이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가활동과 관련한 매출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또 서울 광화문과 경기 성남시 판교 등 대기업 밀집 지역의 근무시간은 감소했지만 중소기업이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근무시간이 되레 늘어났다.

KT와 비씨카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3개월을 맞아 직장인들의 달라진 생활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제도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7월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되고 있다.
주52시간 석 달…광화문 음식점 저녁 매출 15% 줄었다
종로구와 금천구 여가활동 업종 매출 줄어

비씨카드의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19일(일)부터 9월15일(토)까지 서울시 전체의 여가활동 관련 업종 매출이 2017년 8월20일(일)~9월16일(토) 대비 9.2%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16억원가량 늘어났다. 빅데이터 분석 대상으로 삼은 여가활동 관련 업종은 서점, 영화관,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볼링장, 테니스장, 수영장, 공연 티켓 등이다.

여가활동 업종 매출 증가율이 높은 곳은 동작구(70.3%), 강서구(66.3%), 동대문구(42.7%) 등이었다. 반면 직장인이 많이 근무하는 종로구와 금천구는 매출이 각각 7.7%, 6.7% 줄었다. 대기업이 많은 강남구는 매출 증가율이 4.2%로 평균을 밑돌았다.

KT 관계자는 “서울 시내 비씨카드 가맹점이 42만 곳인데 여가 관련 업종 가맹점은 5574곳으로 적어 증감폭 편차가 크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직장이 있는 곳보다는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여가 관련 매출 증가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 많은 지역 근무시간 늘어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줄어든 것도 확인됐다. 광화문과 판교의 오후 6시 이후 음식·주류 관련 업종 매출은 각각 14.7%, 10.3% 감소했다. 점심시간 매출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KT가 통신정보를 바탕으로 올해 8월1일~9월16일과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 광화문 일대와 판교의 직장인 하루 평균 근무시간을 조사해 얻은 결과다.

KT 관계자는 “여유시간이 늘어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집 근처로 이동해 저녁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근무시간도 지역에 따라 달랐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을 받는 기업이 많은 곳은 근무시간이 줄고, 중소·벤처기업이 많은 지역은 근무시간이 늘어났다.

광화문 일대의 직장인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516분(8시간36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0분)보다 54분 감소했다. 광화문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다. KT는 유동인구 빅데이터를 휴대폰과 기지국이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신호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에 10일 이상 같은 기지국에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사람을 직장인으로 봤다.

정보기술(IT), 게임 관련 기업이 많은 판교의 경우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531분에서 519분(8시간39분)으로 12분가량 줄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 대상인 금융 대기업이 많은 여의도는 588분에서 581분(9시간41분)으로 감소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 300인 이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밀집한 가산디지털단지는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522분에서 528분(8시간48분)으로 늘어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출퇴근시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8월1일~9월16일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26%가 오전 7시30분~8시 사이에 출근했지만 올해는 같은 시간에 15%만 출근했다. 오전 8시30분~9시에 출근한 직장인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3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퇴근시간은 광화문, 판교, 여의도 모두 오후 6~7시가 가장 많았다. 오후 6~7시가 31.4%로 전년 동기 대비 7%가량 늘었다. 가산디지털단지는 작년과 큰 변화가 없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