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경기하강 국면 진입 여부를 판단할 때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이 수치가 6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되면 다른 지표들을 살펴본 다음 최종적으로 경기 진단을 내린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8월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 하강의 ‘경고음’이 강하게 울리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용과 투자가 줄어드는 점이 꼽힌다. 최저임금 인상 등 반기업적 정책이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동행·선행지수 동반 하락세…'경기하강' 경고음 더 커졌다
동행지수,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8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8월(98.8) 이후 최저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동행종합지수에서 과거의 추세를 제거하고 현재 경기의 순환만 보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적인 경기변동분을 빼기 때문에 경기가 어느 국면에 있는지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 10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추세에 비해 실제 경기는 좋지 않다고 해석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전달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작년 12월 99.8로 100 미만이 된 후 9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올 8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 대비 0.4포인트 떨어진 99.4를 기록,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이번 낙폭은 2016년 2월(-0.4)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되면 경기하강에 진입했는지를 따지기 시작한다”며 “경제성장률 등 다른 지표들까지 고려해 경기 하락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발표되는 ‘9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마이너스로 나오면 경기하강 진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경기 기준순환일(정·저점)을 결정할 때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한국은행, 학계 등의 의견을 듣는다. 이후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준점을 공표한다. 이는 통상 전환점에서 2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진다.

투자·고용 감소가 원인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동반 하락한 데 대해 “고용지표와 수입지표, 건설지표 세 가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8월에는 40대 이하 연령대에서 일제히 취업자가 감소하는 등의 영향으로 전체 일자리가 전년 동월 대비 3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9월 취업자 통계는 오는 12일 발표되는데, 전체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8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올해 3월부터 6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의 최장기간이다.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올해 3~4월 마무리되면서 투자 지표 둔화세가 계속되는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1.3% 줄었다. 건설기성은 2월 5.1% 감소하는 등 올해 들어 8개월 중 다섯 달이 마이너스였다.

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계속 줄이는 게 경제적 요인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리스크에 따른 비경제적 요인 때문에 투자가 위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한 관계 변화도 기업에는 불확실성 중 하나”라며 “정부가 조만간 기업들에 북한 투자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일단 국내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도 기업이 투자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태훈/김일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