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이청청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모델이 여성복 브랜드 라이의 옷을 선보이고 있다. /민지혜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이청청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모델이 여성복 브랜드 라이의 옷을 선보이고 있다. /민지혜 기자
“5년 뒤에는 ‘라이’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연 이청청 디자이너(사진)는 5년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이 디자이너는 아버지인 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 인터뷰를 하면서 “내 목표는 ‘이상봉 아들’이 아니라 ‘디자이너 이청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이상봉 컬렉션’ 디자인팀장이던 그는 자신의 여성복 브랜드 라이를 처음 선보였다. 그로부터 5년 뒤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 디자이너는 “파리에서 열리는 바이어 대상 전시회 ‘트라노이’에 7번 참석했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콘셉트코리아’에도 3번 참석했지만 파리에서 패션쇼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패션쇼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주관한 ‘K패션 프로젝트 파리’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박윤희 디자이너의 ‘그리디어스’와 이 디자이너의 라이가 함께 팔래 브롱니아르에서 패션쇼를 꾸몄다.

韓 여성복 라이, 파리지앵 사로잡다
라이는 블루 옐로 핑크 등 화려한 색상을 믹스매치한 여성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뉴욕 단독 쇼룸을 비롯해 싱가포르 로빈슨백화점, 다카시마야백화점 등 해외 60여 개 매장에 입점했다. 미국에선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 현지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다.

라이는 지난달 한국패션협회의 ‘2018 월드스타디자이너 육성사업’의 지원으로 뉴욕에서 ‘에디트쇼’ 전시회에도 참가해 호평받았다. 이 디자이너는 “미국에서 14개 편집숍 매장에 입점했는데 50여 곳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미국 남동부와 중동 지역의 신규 바이어들과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디자이너는 패션 명문대인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예술대에서 아트디자인, 남성복을 전공했다. 그는 “소비자가 대부분 여성이어서 여성복으로 시작했지만 2년 안에 남성복 브랜드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내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에 대해 “캐주얼한 복고풍 스트리트 패션의 인기가 너무 오래 지속됐기 때문에 이젠 좀 여성스러운 페미닌 의류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활동을 하면서 느낀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브랜드를 새롭고 품질 좋고 멋스럽다고 느낀다”며 “오히려 국내 유통업체들이 한국 브랜드를 키우기보단 해외 브랜드를 들여놓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패션 브랜드들이 일본 유통업체의 지원으로 성장한 것을 거울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자이너 이청청으로 자리매김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렉산더왕, 헬무트랭 같은 브랜드처럼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된 합리적 명품(affordable luxury) 브랜드로 알려지는 것이 라이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라이는 내년 봄에 쌤소나이트와 한정판 핸드백, 백팩 등을 내놓기로 했다. 이 디자이너는 “재미있는 협업을 더 많이 하고 싶다”며 “세계에 100곳의 매장을 열 때까지 더 열심히 해외를 누빌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