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꾸준히 올라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항공사들의 3분기(7~9월) 실적이 악화된 데 이어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뛰고 여객 수요 제자리…항공업계 '비상등'
케이프투자증권은 2일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332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555억원)보다 6.6% 감소한 수준이다. 신민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탓에 3분기 연료비가 875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7% 증가했다”며 “이달에도 유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4분기에도 연료비 부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의 전체 영업 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안팎에 달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0.83달러를 기록하며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달 중순 이미 80달러 선을 돌파한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84.98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 전보다 50% 이상 뛰었다. 국제 유가는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을 1172억원(지난주 기준)으로 추정했다. 3개월 전 추정치(1298억원)보다 10%가량 줄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매출 기준)인 제주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같은 기간 507억원에서 436억원으로 감소했다.

항공 여객 증가세가 정체된 점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3분기는 여름 휴가 기간이 포함돼 성수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내국인 출국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신 연구원은 “7월과 8월 출국자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4.4%, 5.6% 늘어난 249만5000명, 252만 명으로 집계됐다”며 “오랜 기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발생한 태풍과 지진으로 일본 노선의 수요도 둔화됐다”고 덧붙였다.

4분기에도 유가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당분간 석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달 들어 국제선의 유류할증료를 일제히 올리면서 여행 수요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