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본 등 한국과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하는 국가는 대부분 사내도급을 인정하고, 파견 관련 규제를 없애고 있다. 파견근로는 거의 쓰지 못하는 데다 사내협력업체를 통한 고용유연성 확보도 힘든 한국 제조업체가 이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과감하게 파견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국은 파견근로 규제 풀었는데… 한국만 발 묶여
독일에서는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사내 협력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BMW의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의 외부 노동력 활용 비중은 57%에 달한다. 수많은 사내 협력업체가 공장으로 들어와 각자 맡은 도급 업무를 처리하는 식이다.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는 원·하청 근로자의 근무지가 섞여 있지만 불법파견 논란은 없다. 원청과 협력업체 근로자를 파견 관계로 보려면 인사권 등을 행사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는 판례 때문이다.

일본도 원청과 협력업체 근로자가 뒤섞여 작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파견으로 보지는 않는다. 협력업체가 도급받은 업무를 원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처리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일본 후생노동성의 판단이다.

독일과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파견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제조업 경쟁국 가운데 파견을 금지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내용의 핵심도 ‘원칙 허용, 남용 금지’다.

일본은 1999년 파견법을 개정했다. 정해진 업종만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특정 업종만 빼고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2004년에는 파견근로 제한 업종이던 제조업까지 허용 범위를 넓혔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에 파견을 허용한 뒤 2004~2008년 137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면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당시 강성 노동조합들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였다.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파견 규제를 완전히 없앤 독일도 5년 만에 고용률을 5%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파견근로 규제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