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런 협상을 도출하려면 상대의 기대를 미리 조율하라
어느 토요일 오전, 벨소리가 들려 현관문을 열었더니 젊은 부부가 삶은 고구마 한 접시를 들고 서 있었다.

“저희가 903호에 곧 이사 오거든요. 그래서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끼리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찾아와 이렇게 인사를 건네다니, 반가운 마음에 잠시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맙다고 말하며 찾아온 진짜 이유를 말했다.

“사실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저희가 내부 수리를 하는데 공사 소음이 생길 것 같아요. 이웃분들께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리게 돼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며칠 후 아니나 다를까 공사 소음이 들려왔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페인트 냄새가 진동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불평 한마디 못하고 참았다. 공사 중 가끔 젊은 부부를 마주쳐도 웃으면서 인사했지 불쾌한 표정은 지을 수 없었다. 미리 찾아와 양해를 구했고 이미 예고된 공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구마까지 얻어먹지 않았는가.

협상에 앞서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앞의 사례에서 903호 젊은 부부가 사전에 정지작업을 한 것처럼 말이다. 협상 시작 전에 미리 ‘리드타임(lead time)’을 스마트하게 활용하라. 상대에게 사전정보를 제공한다든지 상대의 기대치에 영향을 주게 되면 협상 자세에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결과에 만족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것은 기대와 관련이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처럼, 결과 자체보다 기대한 것이 실제 결과와 차이가 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협상 준비 단계에서 상대의 기대치가 현실과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면 그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협상에서 그 차이가 드러나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 시작 전에 상대의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보를 미리 공유하는 것이 현명하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C 사장은 지난 3년간 경영 실적이 좋아 직원들의 급여를 매년 평균 6% 올려줬다. 그런데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로 매출이 급감해 적자가 발생했다. 업계에 불어닥친 전반적인 불경기로 앞으로의 매출도 비관적이다.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자세히 모르고 있다. 이 경우 노조와 임금협상에 나섰을 때 직원들은 최소한 어느 정도를 기대할까? 당연히 6% 이상일 것이다. 지금까지 쭉 그렇게 해왔으니까. 이때 C 사장이 4% 올려주겠다고 해도 노조는 여전히 2% 부족분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잘 풀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족스런 협상을 도출하려면 상대의 기대를 미리 조율하라
일단 노조의 기대치를 낮추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공식적으로 협상이 시작되기 전 회사 경영의 부정적인 소식을 공유하는 것이 현명하다. 시작하고 나서 알리면 이미 늦다. 회사에 적자가 발생하고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접하면 직원들도 현실을 다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직원들이 경영 환경을 직시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노사 공동으로 힘을 합쳐 어려운 국면을 돌파할 것인가를 논의하면 협상이 좀 더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실과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지를 파악하라. 노련한 협상가들은 공식적인 협상 시작 전부터 미리 준비한다. 준비를 얼마나 많이 하고 제대로 했느냐에 따라 협상력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