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의 가상현실(VR) 게임 ‘공중자전거’를 이용자들이 즐기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의 가상현실(VR) 게임 ‘공중자전거’를 이용자들이 즐기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그룹이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현실(VR) 테마파크를 오는 11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선보인다.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본 등에서 방문객이 급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VR 테마파크는 백화점, 아울렛 등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 사업과도 연관돼 있다. 무엇보다 집객효과가 크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VR 테마파크 사업으로 2023년까지 2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2년 내 10곳으로 늘릴 예정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보기술(IT) 계열사 현대IT&E와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가 VR 콘텐츠 국내 독점 공급을 위한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현대IT&E는 향후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의 VR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국내로 들여와 VR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한다. 테마파크 명칭은 ‘VR 스테이션’으로 정했다.

현대百, 강남에 '국내 최대' VR테마파크 연다
VR 스테이션 1호점은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인근 ‘미왕빌딩’에 들어선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에 연면적 3960㎡ 규모다. 국내 VR 콘텐츠 관련 시설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는 만화 ‘건담’으로 유명한 일본 반다이남코홀딩스의 자회사다. 일본 최대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반다이남코홀딩스의 캐릭터를 활용한 VR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의 ‘VR 존 신주쿠’를 비롯해 20곳에 VR 테마파크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팬이 많은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건담, 마리오 등의 캐릭터를 소재로 활용했다.

VR 스테이션 1호점은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 게임 11개와 함께 VR 기술을 적용한 영화관, 미디어 아트, 웹툰 등이 더해져 20개 콘텐츠로 구성된다. 현대IT&E는 2020년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 등 전국 주요 상권에 10곳 이상의 VR 스테이션을 열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 목적도

VR 테마파크 사업은 첨단 기술과 유통업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과 아울렛을 중심으로 홈쇼핑(현대홈쇼핑), 가구(현대리바트), 식품(현대그린푸드), 패션(한섬) 등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대부분 변동성이 크지 않고 현금 흐름은 좋은 데 반해 ‘전통 산업’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유통업에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는 만큼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에서 형성됐다”고 말했다.

신사업을 찾던 현대백화점그룹에 VR 테마파크 사업 기회가 찾아왔다. 미래 유통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로 수렴되고 있는 만큼 VR 기술을 이용하면 굳이 매장에 가지 않고도 쇼핑이 가능해진다. VR 테마파크는 백화점 아울렛 등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집객 효과도 크다고 판단했다. VR 콘텐츠로 매출을 올릴 뿐 아니라 ‘연관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각에선 현대백화점그룹이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의식해 VR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현대IT&E는 지난 7월 현대그린푸드에서 분사했다. 정지선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지분 37.7%를 보유한 현대그린푸드와 그 자회사인 현대IT&E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특히 현대IT&E는 계열사 IT 설비 구축과 관리가 주 사업이어서 매출 대부분이 내부거래에 해당한다. VR 테마파크 등 사업을 확장하면 자연스럽게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든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보다는 외부 투자를 유치해 VR 테마파크를 신성장 동력으로 하기 위한 신사업 진출”이라고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