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밥솥·마호병 만드는 조지루시 100년 건재 비결은…
‘코끼리 밥솥’(사진)은 1980년대 한국 주부들의 선망 대상이었다. 밥이 타고 변색되는 국산 밥솥과 달랐기 때문이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들 손엔 코끼리 상표가 붙어있는 전기밥솥이 하나씩 들려 있을 정도였다. 이 밥솥을 만든 회사는 조지루시 마호빙. 국어사전에 등재된 보온병의 다른 말인 ‘마호병’도 이 회사명에서 유래했다.

조지루시는 올해로 창립 100년을 맞았다. 여전히 일본 밥솥 시장 점유율 1위(27%)에 올라 있다. 경쟁사인 대기업 파나소닉이나 히타치 등도 넘보지 못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2%에 달했다.

한일경제협회는 최근 ‘100년 기업의 생각 조지루시 마호빙’ 보고서를 통해 조지루시의 이 같은 경쟁력에 대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조지루시 제품에는 경쟁사 제품처럼 스마트폰 연동이나 음성명령 같은 기능은 없다. 그럼에도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맛과 편리함’이라는 기본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제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조지루시는 연간 30t에 달하는 쌀로 밥을 지어보는 과정을 반복한다. 30t은 6000명이 1년간 소비할 수 있는 쌀의 양이다. 여러 종류의 쌀과 물을 사용해 만든 밥의 단맛과 점도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대단한 정보기술(IT)을 적용하지는 못해도 소비자가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아이디어는 빠르게 제품에 적용한다. 예컨대 증기 분출구 구조를 바꿔 밥솥 분출구를 물로 세척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식이다. 이런 조지루시는 밥솥뿐 아니라 오븐 토스터, 핫플레이트(전기·가스를 열원으로 하는 철판구이용 가열기)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인구가 감소하고, 외국인 관광객 구매도 줄자 조지루시는 최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중국과 대만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처럼 TV 광고 등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 대신 ‘밥 짓는 달인’을 파견해 백화점 등 700개 점포에 특설 매장을 설치해 ‘100만 명 시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 조리 가전의 품질을 직접 보여주고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매출은 114억엔(약 1125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3.5배 증가했다. 이치가와 사장은 “조지루시는 가전업체가 아니라 가정용품업체”라며 “전자 기술에 매달리기보다 가정생활에서 편리한 것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