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외환시장 불안 가중…금리 따라 올리자니 경기 하방 우려 커
"금리 조정보다는 지준율 인하 대응 가능성 커"
"금리 내려야 할 판인데"… 美금리인상에 중국경제 '설상가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금융 정책을 둘러싼 중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많은 신흥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 현상을 막고자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는 추세다.

그러나 무역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경기 하방 우려에까지 대처해야 하는 중국은 오히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여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2천억달러, 600억달러 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이번 추가 금리 인상은 두 나라가 처한 경제 여건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무역전쟁 격화가 미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지만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1%로 상향하는 등 미국 경제 성장 속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경제는 사실상의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하면서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이어온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뒤로하고 연 6%대의 '중속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비록 예고된 것이기는 하나,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최근 가뜩이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중국 증시와 외환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 신흥국 화폐 약세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위안화 추가 약세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이벤트였음에도 당장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는 이날 새벽 6.8873까지 치솟으면서 6.9선에 바짝 붙었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0% 오른 6.8642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위안화가 평가절하됐음을 뜻한다.
"금리 내려야 할 판인데"… 美금리인상에 중국경제 '설상가상'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하면서 위안/달러 환율이 중국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보는 7위안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안화의 추가적인 가치 하락은 외국 투자자들의 환차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27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11% 하락한 2,803.64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1월 고점 대비 22% 이상 폭락하는 등 중국 증시는 이미 대세 하락장인 '베어마켓'의 터널에 진입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금융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 터키, 러시아, 인도 등 다른 신흥국들처럼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문제는 이 같은 긴축 정책이 하방 압력에 노출된 중국 실물 경제에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올해 6.5%의 경제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안팎 사정이 녹록지 않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작년 1분기 6.9%에서 계속 둔화하는 추세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7%를 기록해 1분기의 6.8%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규모 추가 관세 부과는 이 같은 중국의 경기 둔화 추세를 가속하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한 자금난 심화에 따른 디폴트(채무 불이행) 급증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경기 불안의 징후가 점점 커지고 있다.

8월까지 수출과 소비 지표는 아직 양호하게 나왔지만 향후 중국 경기 동향과 긴밀한 투자 관련 지표는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어 중국 정부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7월 말 국무원 회의와 당 정치국 회의를 잇따라 열고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정책의 고삐를 다소 완화하고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면서 완화 쪽에 무게가 실린 정책 '미세 조정'에 나섰다.

또 지방정부가 인프라 건설을 위해 1조3천500억위안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하도록 허용하는 등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도 시도 중이다.

이런 여러 사정을 종합해 봤을 때 중국 안팎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적어도 연내에 미국과 같은 정책 방향으로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류가 강한 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5년 말부터 3년 가까이 기준금리 성격인 1년만기 대출 금리를 4.35%로 줄곧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는 못하더라도 '미세 부양책'의 연속 선상에서 지급준비율 인하를 연내 추가로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둥팡진청(東方金誠)의 왕칭(王靑) 수석 애널리스트는 둬웨이(多維)에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는 내리지 않고 연내에 한두 차례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 "고 전망했다.

상하이의 한 경제 전문가도 연합뉴스에 "중국이 지금은 경기 대응 고려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본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를 올릴 형편은 아니고 오히려 지준율 추가 인하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