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이나 차량·숙박 공유 등 신기술·서비스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최대 4년간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 조항을 담은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과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규정은 이번에 국회가 심의한 ‘규제혁신 5법’ 중 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법·지역특구법·금융혁신지원법 등 4개에 게재돼 있다. 이 가운데 금융혁신지원법을 제외한 3개 법이 이번에 국회를 통과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가 여러 법에 규정돼 있지만 내용이 비슷해 같은 건물에 문이 여러 개 있는 것과 같다”며 “기업 편의를 위해 여러 법안에 규정한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융합촉진법이나 정보통신융합법이 아우르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웬만한 신기술은 다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금융혁신지원법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ICT(정보통신기술)와 금융이 결합된 핀테크 기업은 정보통신융합법상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는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을 때 허가가 필요한 사항인지 궁금하면 ‘규제 신속확인’을 신청하면 된다. 산업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안에 허가의 기준과 요건 등을 확인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규제가 해당 기술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단 제품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실증 특례’를 요청하면 된다. 정부는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제한된 구역과 기간 안에서 규제를 면제해야 한다. 특례 기간은 최장 2년이며, 1회 연장할 수 있다.

가령 자율주행차 중 현재 시중에 나온 제품을 뛰어넘는 ‘레벨5(완전 자율주행)’ 수준의 무인 미니버스가 개발됐다고 치자. 현재 무인버스가 기존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하는 것은 현행법에 위배된다. 이때 실증 특례를 부여받으면 일정한 구역과 기간 안에서 무인버스를 시험해 볼 수 있다. 신기술에 대한 규제가 없거나 모호한 경우에도 실증 특례를 활용할 수 있다.

신기술에 허가 기준 등이 없고, 조기에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고 싶은 기업은 ‘임시 허가’를 이용할 수 있다. 임시허가 기간 역시 최장 2년, 1회 연장이 가능하다.

개정안은 정부의 규제 개선 의무도 규정했다. 실증 특례나 임시 허가가 승인된 신기술과 관련된 법령을 조속히 정비하도록 했다. 특례나 허가 기간 동안 법령 정비가 끝나면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할 필요없이 자유롭게 신기술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가 신기술에 대한 규제 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신기술이라면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어 원격의료나 차량공유 등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더라도 정부가 반대 여론 등을 의식해 불허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점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 도입 자체보다 제도의 합리적인 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