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지 순회 관리, 데이터 기반 사각지대 해소 노력
-이용자 인식 개선/업체의 섬세한 관리 노력 동반돼야


카셰어링(car sharing)은 말 그대로 차를 공유하는 제도다.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시간보다 주차장에 자리 잡고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 착안, 1960~1970년대 유럽에서 자생적으로 등장했다. 국내에선 초단기 대여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 업체가 보유한 차를 이용자들이 필요한 시간만큼 짧게 대여하는 방식이다.

렌터카와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간 또는 분 단위로 차를 빌려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필요한 만큼 짧게 이용 가능한 것. 또 카셰어링이 '비대면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회원가입 후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 스마트폰으로 이용자 주변 차 위치를 확인하고, 자동차 키 없이 블루투스 연결로 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도 있다.

카셰어링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소비자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관리 부족에 따른 불편함이다.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카셰어링의 문제점으로 이용자 경험(UX)을 지적한다. 세차되지 않은 외관과 더러운 실내, 차내 흡연으로 인한 악취, 각종 파손과 고장 등으로 곤란을 겪었다는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 특히 현장에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카셰어링의 특성상 이용자 입장에선 차의 상태가 곧 만족도와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현장점검 서비스를 동행하며 관리 프로세스를 꼼꼼히 살폈다.

-쏘카, 매주 정기 점검에 접수 기반 수시 점검 시행
-소모품 관리, 일반 메뉴얼보다 보수적으로 진행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에서 본사 담당 직원과 함께 차고지 순회 점검에 나섰다. 본사 직원과 외부 협력사가 팀을 이뤄 할당된 지역에서 순회 관리를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1주일에 한 번 기본 점검을 모든 차에 시행하며, 이용자 신고 접수나 관리자들이 수시 점검하며 특이사항이 보고되면 조치를 취한다. 이 같은 프로세스는 현재 국내 서비스 중인 대부분의 카셰어링 업체들이 비슷하게 시행하고 있다.

[르포]말 많은 카셰어링 차 관리, 직접 확인해보니...

현재 법률 구조론 카셰어링 업체가 정비 및 차 관리 업체를 인수, 내재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부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쏘카의 경우 순회정비, 세차, 정비 외부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본사 직원도 현장에서 돌발 상황에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업무용차에 각종 자동차 용품과 간단한 수리 키트 등을 구비하고 있었다. 워셔액 등 간단한 소모품은 현장에서 즉시 보충 가능하고, 타이어 공기압도 조정할 수 있는 정도다.

첫번째 차고지에서 만난 차는 고급 차종으로 분류되는 제네시스 G80이다. 업무용보다 의전 등 특별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찾는 차다. 이 차는 정기 점검을 받은 지 1주일이 갓 넘은 차였다. 이용자가 추가 운행 등을 신청한 경우 어쩔 수 없이 정기 점검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 대신 1주일 이상 관리가 되지 않은 차는 추가 예약을 받지 못하도록 전산 상 예약대상에서 제외시킨다.

관리 기간이 지난 G80의 상태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관리자는 매뉴얼에 따라 실외 청결 상태와 실내 오염도, 각종 소모품 상태, 타이어 공기압, 등화기 작동 상태, 엔진오일 상태 등을 확인했다. 점검 결과는 수기로 작성 후 전산에 등록한다. 파손이나 고장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바로 전산에 보고를 올릴 수도 있다.

차 한 대를 관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20분 남짓. 짧다면 짧고 충분하다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각 팀이 관리하는 범위는 이동거리와 배정된 차 대수에 따라 결정된다. 통상 400~500대 정도의 차를 한 팀에서 관리한다. 빠듯하지만 한 차고지에 배차된 차가 여러 대이기 때문에 동선과 일정을 잘 짜면 관리소홀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은 되는 것으로 보였다.

가장 신경쓰는 항목이 어딘지 물었다. 안전사항은 자동차 제조사가 제안하는 기준보다 보수적인 기준을 잡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이용하고, 주행거리도 일반적인 차보다 길어서다. 여기에 운전석 부근의 청결도 문제가 이슈라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카셰어링 이용자가 차를 예약하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차에 대한 인상이 결정돼서다. 카셰어링 이용자들은 많은 경우 급한 용무 때문에 빠르게 이동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석에 앉았을 때 차가 더럽다면 기분이 상한 상태로 일단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 스티어링휠과 컵홀더, 도어패널, 계기판 등은 특히 철저히 점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카셰어링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은 이슈 중 하나가 차내 흡연이다. 담배냄새 때문에 이용하기 꺼려진다는 불만, 꽁초가 차 내에서 발견되거나 담뱃불로 인한 인테리어 파손 등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불만이다. 쏘카를 비롯한 카셰어링 업체들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금연 캠페인을 펼치거나, 파파라치 제도 등을 통해 차내 흡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를 잡아도 이용자에게 책임을 물기 곤란한 상황도 종종 있다. 또 차령이 오래된 차에서 나는 냄새도 골칫거리다. 차 교체 주기를 가급적 짧게 잡고, 실내 관리 사항 중 탈취제와 공조기 소독 등이 포함된 이유다.

-장거리 운전, 파손 보고 후 대기 중 차...확인 후 정비소로 이동

[르포]말 많은 카셰어링 차 관리, 직접 확인해보니...

문제 없는 차들의 일반적인 관리 프로세스에 지칠 때 쯤 한 눈에 봐도 화려한(?) 상태의 차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장거리 이용 후 외관이 많이 더러워진 티볼리, 차 곳곳에 크고 작은 파손이 확인되는 스파크가 차고지에 대기하고 있었다. 티볼리의 경우 정기 점검 전 교외를 다녀온 듯 흙먼지와 벌레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실내는 생각보다 청결했다. 임의로 버린 쓰레기나 음식물 얼룩 등은 보이지 않았다. 타이어 공기압과 워셔액 등을 확인한 뒤 전산 시스템을 통해 세차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협력 업체가 차를 인수한 후 세차장으로 보내질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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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의 경우 차령이 1년이 조금 안됐지만 누적 주행거리가 5만5,000 ㎞일 정도로 이용 빈도가 높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쉴새없이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동안 곳곳에 작은 상처들을 입고 있었다. 안전운전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외관 파손이어서 입고 후 수리보다 한 동안 운행을 유지했던 차다.

[르포]말 많은 카셰어링 차 관리, 직접 확인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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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셰어링 이용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파손에 대한 책임 소재 확인이다. '내가 한 잘못이 아닌데 수리비를 물면 어쩌지'란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이용 전 차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절차가 있지만 관리 상 실수 등으로 덤터기를 쓰는 건 아닌지 고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산에 올라온 차 정보를 눈으로 확인했다. 파손부위 하나하나에 대한 사진들과 함께 보고 일자, 처리 과정 및 수리 예정일자 등이 각 부위 별로 상세히 기록돼있었다. 회사 관계자와 확인한 스파크의 경우 각 파손부위의 책임소재가 비교적 뚜렷하게 기록돼있었다. 일부 경미한 파손에 대해선 책임 소재를 확인하기보다 일반 수선으로 처리,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점검 후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관계자는 차고지 인근 협력 정비업체에 연락 후 직접 차를 몰고가 입고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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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카셰어링 이용자로서 현장에서 본 정비 프로세스가 100% 만족스럽진 않았다. 특히 여러 곳에서 파손이 확인된 차의 경우 '내가 배차 받았으면 바로 고객센터에 신고해야지'란 생각도 들었다. 실내 청결도의 경우 서비스 도입 초기인 5~6년 전보단 개선됐다는 설명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쏘카를 위시한 카셰어링/라이드 헤일링 업체들은 자동차를 매개로 한 서비스 사업을 영위한다. 그러나 이들이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진보된 IT기술과 혁신 등 거창한 이야기가 다수다. 이용자 입장에선 지금 내가 탈 차의 상태가 더 중요한데 말이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쌓이는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떠오른 '금맥'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 정보가 나오는 원천은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이동 서비스의 본질을 다시 돌아볼 시점이다. 다행스러운 건 업체들도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단 걸 확인할 수 있었단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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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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