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CLS
메르세데스 벤츠 CLS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009년부터 10년 가까이 유지됐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양강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5년 넘게 2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 BMW의 판매량이 연쇄 화재 사태 이후 급감했고, 2년 만에 복귀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랜드로버 등은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BMW

BMW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1995년 BMW코리아가 설립된 이후 2015년까지 네 번 빼고 매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다. 2016년 벤츠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이후에도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하지만 연쇄 화재 사태가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바뀌었다. 지난달 시장 점유율 2위를 지켰지만 3위와 격차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다. 언제 순위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BMW 판매량은 2383대였다. 전월(3959대)보다 39.8% 줄었다. BMW 연쇄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올 1~6월 평균 판매량(5761대)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할 때 2013년 12월 이후 최저 규모다. 특히 화재가 많이 발생한 520d 모델 판매량은 107대로 전월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 520d는 3월 1610대가 팔리는 등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입차 모델 중 하나였다.
BMW X2
BMW X2
BMW는 하반기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2와 X4를 출시할 계획이다. 쿠페형 디자인의 SUV 모델이라 BMW코리아 내부에서도 기대가 컸지만 연쇄화재 사태로 판매량이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BMW코리아도 당분간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화재 위험 차량에 대한 리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2년 전 배출가스 인증조작 파문으로 판매가 금지됐다가 올해 복귀한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호시탐탐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복귀하자마자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고 있어 2위 탈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우디는 지난달 2098대의 차량을 팔았다. 지난 7월(1427대)보다 47.0% 늘었다. 2위 BMW와의 판매량 격차는 285대에 불과했다. 4위 폭스바겐은 1820대를 팔았다.

모델별 판매량을 봐도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강세가 돋보인다. 아우디의 A6 35 TDI는 1014대가 팔려 월간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937대), 아우디 A3 40 TFSI(701대)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 티구안
◆1위 굳힌 벤츠…도요타 랜드로버 약진

벤츠는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2016년 이후 3년 연속 판매량 1위를 지킬 분위기다. 유일한 경쟁자였던 BMW의 판매량이 급감한 결과다. 올 1~8월 누적 판매량은 4만8803대다. BMW(4만910대)와 차이는 7893대다.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다소 줄었지만 이는 공급 물량이 부족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9월 이후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벤츠는 조만간 쿠페스타일의 세단인 CLS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한다. C클래스 부분변경모델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1강(벤츠)-3중(BMW, 아우디, 폭스바겐)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우디 A6
아우디 A6
도요타와 랜드로버도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도요타의 판매량은 13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9.6% 늘었다. 연간 누적 판매량은 1만946대로 3위다. 캠리와 프리우스 등 주요 모델이 골고루 잘 팔린 결과다. 도요타는 연말께 대형 세단 아발론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랜드로버는 지난달 1311대의 차량을 팔아 판매량 6위에 올랐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865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0% 늘었다. 디스커버리 등 SUV 모델이 1등 공신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