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계좌번호나 수취인 혹은 금액을 잘못 적는 등 일명 ‘착오송금’을 한 이들에게 피해 금액의 80%까지 보전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노인과 장애인 등 금융 취약층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설명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예보의 재원이 결국 금융회사들이 내는 보험료로 충당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착오송금을 가장한 사기 행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오송금 구제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올해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예보를 통해 착오송금액이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인 경우에 전체 금액의 80%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착오송금한 이는 송금한 날짜로부터 1년 이내에 예보에 보전을 요청해야 한다. 예보는 송금자로부터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미리 보전해 주는 대신 수취인에게 소송을 걸어 돈을 돌려받는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가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한 것은 온라인·모바일 거래가 늘어나면서 착오송금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발생한 착오송금 건수는 은행권 기준으로 9만2000건(2385억원)으로, 이 중 5만2000건(1115억원)이 반환되지 않았다. 착오송금을 한 경우 현재는 은행을 통해 돈을 받은 이에게 반환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면 소송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예보가 보전해 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 거주자는 소재 파악 자체가 힘든 경우도 많다”며 “예보라고 해서 그들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송금한 이와 수취인이 짜고 사기행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보가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예금보험료를 엉뚱한 데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착오송금 보전으로 지출 금액이 커지면 예보가 재원 마련을 위해 예보료를 올릴 경우 예금자 보호라는 본질적 기능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착오로 송금한 사람과 수취인의 리스트를 계속해서 쌓아갈 계획이며 보전해주기로 한 금액도 1000만원 이하 소액이기 때문에 사기행각을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