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경영연구원 보고서 "한전, 전력 도매·중개·소매 모두 독점"

사실상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장기윤 수석연구원은 17일 '우리나라 전력산업 경쟁체제 도입 현황 및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력산업의 단계를 크게 생산·도매·중개·소매로 구분했을 때, 현재는 한전이 생산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단계를 독점한 상황이다.

생산의 경우 지난 2000년 경쟁체제가 도입됐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한전이 독점한 구조나 마찬가지다.

현재 한전이 지분을 100% 보유한 한전의 자회사 6개사가 전체 전력 생산의 81%를 차지하고, 나머지 19%를 민간발전사가 생산하고 있다.

생산 이후 단계에서 전력거래소를 활용해 한전 자회사나 민간발전사가 생산한 전력 100%를 구입하고(도매), 한전이 소유한 송·배전망을 활용해 전력을 중개하며(중개), 최종 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소매)하는 주체는 모두 한전이다.

장 연구원은 "이 같은 한전 독점 구조는 경영 비효율과 가격 왜곡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경쟁체제를 도입해 독점에 따른 폐해를 줄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 이스라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일본의 경우 그동안 수차례 전력시장에 경쟁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지역 독점에 따른 폐해가 심화하자 2016년 4월 일반 가정용 소매시장까지 전면 개방을 추진했다.

일본 전력회사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기요금을 낮췄고, '전기+휴대전화+인터넷'이나 '전기+케이블TV+전철정기권'처럼 다른 업종과 손을 잡고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방안을 모색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됐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특히 보고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정책 기조상 전력산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여건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장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이 확보되면, 분산전원이 확대되며 송·배전 시장 참여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산전원이란 화력발전소나 원전처럼 대규모 집중형 전원이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전력 소비가 있는 지역 근처에 분산 배치가 가능한 소규모 발전시설을 뜻한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날 경우 "소비자는 전력가격, 발전원별 포트폴리오, 경영성과,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전력회사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 연구원은 기대했다.
"전력산업 경쟁 없는 OECD 회원국 韓·멕시코·이스라엘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