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투자자 주문이 쏟아지면서 청약 배수도 사상 최고치(5.7배)를 기록했다.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외국인들의 투자 수요가 몰린 배경이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5억달러와 3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5억달러 등 총 1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14일 발표했다. 10년물 달러화 외평채 발행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보다 0.60%포인트 높은 수준인 연 3.572%였다. 기존 10년물 달러화 외평채의 가산금리보다 0.10%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신규 발행 채권에 대해 추가 금리를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라고 설명했다.

2014년 6월 이후 4년만에 발행된 30년물 달러화 장기채 금리는 연 3.957%로 결정됐다. 30년 만기 초장기물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외평채 발행금리를 처음 제시했던 조건에서 두 번이나 인하했다. 발행액의 5.7배인 57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주문이 접수돼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물 외화채권 발행에서 금리 조건이 두 번이나 인하된 것은 정부와 민간을 통틀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 곡선을 긋고 있는데도 외평채 발행이 성공을 거둔 것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의 ‘반사 이익’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문지성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진국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다른 신흥국들보다 안정성이 월등히 높은 한국 채권을 선호했다”며 “원금 회수 가능성을 우려하는 투자자들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이번 외평채 발행에 몰렸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전반적인 외평채 가산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발행금리는 앞으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해외 채권을 발행할 때 준거 금리가 돼 그만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