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득주도 성장 무엇이 문제인가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지금 한국경제는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은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이러한 상태로 악화된 것은 신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깊이 관련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소득 계층의 소득 증대를 위해 최저 임금 수준을 급등시키고, 법적 노동시간을 축소시킴으로써 근로자의 실질소득 증대와 일자리 확대를 실현한다. 이를 통해 소비를 증대시켜 경기를 활성화시켜 보자는 것이 소득 주도 성장론자들의 당초 구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이러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년 연말이나 내년 봄부터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 소비 증가와 경기활성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어떤 정책이 추진되면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 임금 수준의 대폭적인 증가를 통한 저소득계층의 실질 소득 증가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증가가 소비 증가로 나타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의 예상대로 과연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소비 증가 및 경기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결론적으로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지금의 정책 ‘틀’을 견지하는 한 경기는 더욱 악화되어 갈 것이다. 그 논리적 근거를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 경제의 경우 개방경제 정책을 추구해 온 관계로 전체 GNP에서 수출이 점하는 비율이 50%를 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의미는 사실상 수출 소득에 의해 상당 부분의 내수가 결정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 대비 노동 코스트를 높임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되어 수출소득의 하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수출시장은 대체로 완전 경쟁 시장이다. 생산성 상승이나 기술 혁신이 없는 한 코스트 인상분을 수출가격에 전가시킬 수 없다. 따라서 수출업자로서는 기업 내 불요불급한 코스트의 억제를 통해 채산을 맞추어 수출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대응은 결과적으로 그만큼 내수를 축소시키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설비투자 축소, 고용 축소, 하청업체로부터의 납품수량 및 납품가격 조정 등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수출 기업들의 이러한 조치는 마크로적으로 볼 때 내수를 크게 축소시키게 된다. 이러한 조정 행위 자체가 수출 축소로 연결 될 뿐 아니라 수출소득에 의존하는 무수한 요식업과 유통업 등 일련의 서비스업의 수요축소로도 연결되어 고용 조정을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갈 것이다.


강성 노조가 포진하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 증가에 의한 소비 증가 효과보다도 노동생산성 하락에 의한 수요 축소 효과가 월등히 커질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노동생산성 증가 없이 지금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추진되는 한, 위에서 기술한 논리적 근거에 의해 한국경제의 소비 축소와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경기침체를 어떻게 극복해가야 할 것인가? 노동 생산성 상승을 뛰어넘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근로시간의 신축적 조정을 실시함으로써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서 정책당국과 기업, 대학들이 협력하여 기술, 기능 인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대적인 기술개발, 기능훈련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금은 4차산업혁명라고 하는 고도기술 개발기이다. AI, IOT, 빅데이터 등 혁기적인 생산성 증가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이들 기술을 자국에 정착시키기 위해 각국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시기이므로 우리도 여기에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결국 저소득층의 큰 폭의 소득증대 정책이 경기 침체로 연결되지 않고 소비 증대와 경기활성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소득증대에 상응하는 높은 생산성 향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치밀한 기술개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시론] 소득주도 성장 무엇이 문제인가 …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