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순익 32% 줄었는데 51% 늘었다고?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회사가 발표한 순이익과 전혀 다른 순이익 수치를 공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카드사는 회계장부 기준으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금감원은 내부에서 쓰는 감독규정 기준으로 카드사 순이익이 오히려 크게 늘었다는 자료를 내놨다. 카드업계는 금감원이 다른 의도를 갖고 이 같은 수치를 공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13일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 상반기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이 810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0.9%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8개 카드사가 반기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순이익 합계치는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한 9669억원이었다.

같은 순이익인데 수치가 크게 다른 것은 금감원 발표가 국제회계기준(IFRS) 기반이 아니라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부여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토대로 해서다. 그동안은 이 두 가지 방식이 구체적인 숫자는 달라도 전반적인 흐름은 비슷해 큰 잡음이 없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사정이 다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2개 이상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있는 차주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이 일시 급증하는 기저효과가 있어 금감원 감독규정상으로는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는 금감원이 실상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 회계상 착시효과를 앞세워 ‘카드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수익은 잘 냈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제 입맛에 맞는, 감독 방침에 유리한 수치를 앞세워 발표했다는 얘기다. 한 카드사 대표는 “IFRS를 기준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5년 만”이라며 “금감원이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실적을 발표한 것은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은행, 보험사 실적은 IFRS를 기준으로 발표하면서 카드사에만 유독 감독규정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외부에 발표하는 숫자를 굳이 회계장부에 기재되는 IFRS 기준이 아니라 감독규정 기준으로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혼선을 빚은 투자자들이 어떤 것이 맞느냐고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는 고위험 대출이 많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기존처럼 감독규정 기준대로 발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말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을 앞두고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인하할 여지가 많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쓰지 않는 ‘감독규정 기준 순이익’을 공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