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쫌리업쑤어(안녕하세요)."

NH농협은행이 캄보디아 시장에 출사표를 꺼내 들었다. 성장성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캄보디아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일찍이 캄보디아에 뿌리를 내린 국내 시중은행들은 달콤한 과실을 수확 중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현지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공식 출범했다. 이 법인을 활용해 프놈펜, 시하누크빌, 시엠립 등 캄보디아 3대 도시를 거점으로 소상공인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이 해외 현지법인 인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은행은 캄보디아 금융산업의 높은 성장성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나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자료를 보면 2016년 12월 말 기준 캄보디아 은행 자산총액은 278억 달러로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118.2%를 기록했다.

KOTRA 관계자는 "GDP 대비 민간부문 신용 비율이 2007년 18%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70%에 달할 정도로 지난 10년간 캄보디아 금융 부문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점차 확대됐다"며 "인터넷 보급이 캄보디아 은행 및 금융부문 발전을 주도하고 있고,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인구가 적어 성장 잠재력도 크다"고 진단했다.

경제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는 2011년부터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도 7%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짙다.

정체된 국내 시장의 돌파구로 캄보디아가 떠오른 지는 오래다. 시중은행들은 일찍이 캄보디아를 찾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2007년 9월 현지법인인 신한캄보디아은행(옛 신한크메르은행)을 설립해 현재 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8억원, 지난해 상반기(12억원) 대비 133%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2009년 4월 캄보디아에 현지 법인 KB캄보디아은행을 세웠다. 올해 상반기까지 KB캄보디아은행 4개 지점에서 거둬들인 순이익은 13억원. 전년 동기(12억원)보다 10% 증가했다. 지난해 문을 연 3호점과 4호점이 개점 1년 만에 순이익을 내면서 올해 7월에 연이어 개점한 5·6호점에도 기대감이 실린다.

이들 은행보다 한 발 늦게 캄보디아에 뛰어든 우리은행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2014년에 인수한 현지 여신전문금융사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당시 말리스)는 현재 70여개 중소여신전문사 중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순이익 12억원을 거둬들였다.

우리은행은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와 올해 6월 인수한 현지 금융사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합병해 상업은행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2003년 설립된 비전펀드 캄보디아는 지점 106개, 직원 1400여명을 거느린 대형 금융회사다. 총 자산은 2200억원이다.

업계는 은행들의 캄보디아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우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국가"라며 "먼저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고, 정부도 캄보디아 진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어 국내 은행들의 캄보디아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