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방경제포럼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처음으로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참가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강덕 포항시장이 각각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저마다 북방교류의 관문을 자처하며 경합을 벌였다. 조선·철강 등 기존 지역을 지탱하던 산업이 흔들리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울산은 송 시장을 비롯해 22명의 사절단을 꾸렸다. 송 시장은 앞서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연계하는 방안의 하나로 러시아와의 에너지 분야 협력을 여러 차례 얘기해왔다. 울산을 동북아 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남·북·러 천연가스관 사업이 본격화하면 울산이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에너지 관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울산은 이 밖에 12일 블라디보스토크 시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수소에너지 실증사업, LNG 벙커링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에서도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

이 시장은 포항을 ‘환동해권 크루즈 삼각벨트’의 중심으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포항과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서안을 연결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우선 포항시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포항 간 정기 페리 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이를 시작으로 북한 고성항과도 연결한 ‘통일 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지난 11일 동방경제포럼 행사의 일환인 한·러 비즈니스회담에 참석해 포항국제물류센터와 러시아 농수산물을 연계하고 이를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3자 무역 가능성도 제안했다. 포항은 오는 11월 국내에서 열리는 ‘한·러 지방협력포럼’의 첫 개최 도시다. 인재교류도 진행할 예정이다. 극동연방대와 포스텍 간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이 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포항시 사절단은 김재동 포항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상공인과 우창호 포항의사협회장을 포함한 의료진 등 27명으로 구성됐다. 블라디보스토크 일정을 마친 뒤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 투먼시(圖們市)를 연이어 방문할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