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창업 문턱' 높아진다
편의점이 새로 매장을 낼 때 심사하는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에 빠진 편의점이 늘고 있어서다. CU가 예상 매출, 점주 수익 등 점포 개설 기준을 15% 올린 것을 비롯해 GS25 세븐일레븐 등도 좀 더 깐깐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CU는 11일 출점 기준 상향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점포 숫자를 늘려 외형 경쟁에 주력했던 업계가 개별 점포 수익을 극대화하고 점주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질적 성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줄어드는 신규 개설 점포

편의점이 출점 기준을 높이는 것은 점포 개설 숫자로 드러난다. 편의점업계 상위 3개 업체(CU·GS25·세븐일레븐)가 점포 순증 규모를 줄이고 있다. 3대 업체의 점포 순증은 작년 상반기 2378곳에서 올 상반기 1007곳으로 ‘반토막’ 났다.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CU는 올 들어 8월까지 점포 수가 501개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올 1분기 순증 점포 수는 232개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편의점 '창업 문턱' 높아진다
CU 관계자는 “창업 성수기인 2분기의 순증 점포는 162개에 불과했다”며 “7~8월 들어서도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8월 순증 점포 수는 543개에 달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02개로 뚝 떨어졌다. GS25도 같은 기간 1337개에서 484개로 확 줄었다.

편의점업계가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이유는 갈수록 가맹점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편의점사업은 매출 총수익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배분한다. 가맹점 수익이 높아야 가맹본부도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올 들어 최저임금이 16.4% 뛰면서 인건비가 급증하고 경기 불황 등이 겹치자 섣부른 외형 확장 대신 ‘체력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CU는 본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출점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기로 했다. 점포별 예상 매출과 점주가 가져가는 순수익 등의 기준 하한선을 지난해보다 15% 이상 높였다. 이에 미달하는 매장은 문을 열 수 없다. 개점 전 매출검증 단계도 추가했다.

세븐일레븐도 몸집을 불리기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U처럼 신규 출점을 허가하기 위한 매출 기준을 15% 높였다.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 매장 위주로 점포를 열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 신규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16.7% 늘었고 점포 평수도 평균 15% 크다”며 “가맹점 수익 증대를 위해 카페형 점포 같은 콘셉트 점포를 적극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사도 부담 줄이기에 나서

이 같은 출점 제한은 본사 부담을 덜기 위한 자구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하며 가맹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편의점 본사는 올 들어 상생안을 시행했다. 신규 점포, 부실 점포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별 점포 수익이 감소하면 본사 부담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가맹점주와 상생 협약을 맺고 가맹점에 연 800억~9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GS25도 지난해 7월 심야영업 점포 전기료를 100% 지원하고 최저수입을 보장하는 등 900억~1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안을 발표했다. 세븐일레븐도 10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하고 운영 자금이 필요한 점주들에게 대출 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점이 줄더라도 기존 점포의 상권을 보호하고 신규 가맹점의 수익성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며 “상품 수와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개별 점포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