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갑자기 친구들을 잔뜩 몰고 온 아들. “엄마 밥주세요”라고 외친다. 밥솥에 밥을 다 긁어모아도 모자라자 난감해하던 엄마는 갑자기 무릎을 탁 친다. ‘밥이 떨어졌을 때, 햇반.’

CJ제일제당이 햇반 출시 초창기에 TV 광고로 내보낸 광고 카피다. 초기 햇반은 밥이 떨어졌을 때 비상 식량 개념으로 마케팅됐다. 올해 광고 카피는 ‘가장 맛있는 밥으로 매일매일 햇반생활’. 20년간 햇반의 광고 변천사를 보면 가정간편식(HMR)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엄마의 '비상식량'서 아빠의 '집밥'으로
2005년 햇반 광고에는 30대 부부가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장면이 나온다. 남편이 먼저 “자기야, 햇반 안 사?”라고 물으면 아내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럴까?”라고 답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HMR을 집에서 소비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다는 얘기다. 2006년 이후 햇반 광고에서는 ‘품질’과 ‘신선함’, ‘제조 과정의 신뢰’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갓 지은 밥맛’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공정을 보여주면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세웠다.

일상생활 속에서 다가온 건 2011년 이후다. 이때부터 광고 속에는 4인 가족 또는 1인 가구가 등장한다. ‘집밥 대체’를 선언한 것. 온 가족이 모여 HMR로 밥 먹는 장면이 나온다. 수영선수 박태환을 모델로 한 햇반 광고에는 ‘밥보다 더 맛있는 밥’이 카피로 등장한다. 2012년은 흑미밥, 발아현미밥, 검정콩밥, 찰보리밥 등 흰쌀밥뿐만 아니라 잡곡밥까지 다양하게 출시된 때이기도 하다.

3~4년 전부터는 ‘엄마가 차려주는 든든한 한 끼’ ‘가정식전문 1인 식당’ ‘가장 맛있는 밥으로 매일매일 햇반생활’ 등이 카피로 등장했다. 출근 준비하는 남편이 아기를 돌보는 아내의 아침을 차려주며 “여보~아침 먹자”는 광고였다.

광고모델이 여성 중심에서 남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최근 트렌드다. 손호준(CJ제일제당 햇반컵반), 김희철(대상청정원 안주야), 김준현(오뚜기컵밥), 박보검(CJ제일제당 햇반) 등이 모델로 나서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