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났고 패션을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한국에서 한국미를 살려 만든 옷으로 세계 패션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고 자란 이곳에서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선보이게 돼 기쁩니다.”

‘컨셉코리아’ 패션쇼에 참여한 ‘이세'의 김인태(오른쪽)·인규(왼쪽) 디자이너와 ‘라이’의 이청청 디자이너(가운데).
‘컨셉코리아’ 패션쇼에 참여한 ‘이세'의 김인태(오른쪽)·인규(왼쪽) 디자이너와 ‘라이’의 이청청 디자이너(가운데).
남성 캐주얼 브랜드 ‘이세(IISE)’를 운영하는 재미동포 출신인 김인태(33)·인규(31) 씨 형제는 지난 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스프링스튜디오 갤러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뉴욕패션위크(9월6~14일) 공식 프로그램인 ‘컨셉코리아’ 참여 브랜드로 뽑혔다. 이들은 브랜드 라이(LIE)의 이청청 디자이너와 함께 이날 컨셉코리아 패션쇼를 열었다.

뉴욕 인근 뉴저지주에서 나고 자란 형제는 한복과 한옥, 천연염색 등 한국문화를 현대적으로 접목한 의류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브랜드 이름은 동포 ‘2세’에서 따왔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형 인태씨가 주로 경영과 마케팅을 맡고, 동생 인규씨는 디자인을 담당한다. 형은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을, 동생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인태씨는 “컨셉코리아를 통해 다시 뉴욕에 와서 데뷔 무대를 가져 기쁘다”며 “해외 매출이 80%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규씨는 “스트리트웨어에선 패션을 전공하지 않은 세계적 디자이너가 많다”며 “부모님이 패션 관련 일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들은 대학 땐 온라인으로 직접 수집하거나 해외에서 산 의류와 신발을 판매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에서 1년6개월가량 체류하며 신발 등 패션 브랜드를 만들 궁리를 했다. 그러다 찾게 된 한국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태씨는 “한옥이나 한복의 전통 디자인, 천연염색, 원단 등을 보니 서양의 문화와 디자인과는 굉장히 다르면서 새롭고 멋있었다”며 “한국의 전통미와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려 브랜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형제는 2013년 ‘이세’란 브랜드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했고 2015년 6월 법인을 세우며 의류를 내놨다. 이들은 한국의 직물, 천연염색 기법을 사용해 모든 제품을 한국에서 제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모든 제품에 표기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이세는 한국적 요소를 해외시장에 경쟁력 있게 표현해주는 브랜드”라며 “현재 패션계 트렌드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7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신진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마련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에서 1위 수상자로 뽑히기도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