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부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부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진 데는 1~2인 가구 증가,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맛과 영양’이라는 제품의 질적 개선이 뒷받침되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식품업계를 이끄는 수장들의 결단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 HMR 시장은 CJ제일제당을 선두로 오뚜기, 동원그룹, 대상그룹, 풀무원 등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90년대부터 “20년만 지나면 HMR의 시대가 온다”고 말해왔다. 이 회장은 “우리가 먼저 해야 한국 식문화를 세계화할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첨단 산업이 돼야 한다”고 했다. 1996년 햇반을 출시하면서 선두주자로 나선 CJ제일제당은 혁신 제조기술과 초격차를 낼 수 있는 연구개발(R&D) 역량, 패키징 경쟁력을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까지 HMR의 R&D에만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진천 통합생산기지 건설에도 5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동원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HMR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동원F&B, 동원산업, 동원홈푸드 등 핵심 계열사를 통해 400여 종의 HMR을 내놓고 있다. 신선 HMR 온라인몰인 ‘더반찬’ 인수에도 그의 결단이 작용했다. 동원은 지난 7월 경기 성남에 있던 식품연구소를 서울 강남 본사로 옮겼다.

대상은 지난해 HMR 전담 연구실을 만드는 등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임창욱 대상 회장은 클라우스 슈바프의 메시지를 인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반영해 미래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HMR 출시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1981년 ‘3분요리’로 국내 식품업계 최초의 HMR을 내놓은 오뚜기는 2세 경영인인 함영준 회장 체제에서 HMR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함 회장은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역발상에 가까운 혁신 제품을 내놓자”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