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화 대호테크 대표가 대표제품인 ‘3D 곡면 글라스 장비’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대호테크 제공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가 대표제품인 ‘3D 곡면 글라스 장비’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대호테크 제공
경남 창원에 있는 기계 자동화 설비업체 대호테크는 영업이익률이 30%를 웃돈다. 낮은 이익률에 허덕이는 다른 중소기업들과 다르다. 사훈이 ‘작품 만들기’인 대호테크 정영화 대표(59)는 고수익 비결에 대해 “상식적인 제품이 아니라 상상의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품(제품)에 장인 정신과 정성, 철학 등이 녹아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직원의 기를 살리기 위해 학업을 권장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3일 4석 610(30세 1억, 40세 석사, 60세 현금 10억원)’이라는 독특한 기업 문화도 실적 향상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사훈 ‘작품 만들기’

고졸 직원 '서른에 1억, 마흔에 석사, 예순엔 현금 10억' 만들어 주는 게 목표
1989년 회사를 설립한 정 대표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1000만원짜리 장비를 생산했다. 발주처에 매여 잡다한 장비를 수주하다 보니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 대표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보기 위해 스마트폰의 평면 모서리 등을 곡면으로 처리하는 ‘곡면 글라스(유리) 제조 장비’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10년간 매년 10억원씩 100억원을 들였다. 대부분의 기업이 중도에 포기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살 길은 기술개발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09년 ‘비구면 글라스렌즈 성형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삼성 갤럭시 시리즈(노트·기어·갤럭시S)에 적용한 ‘곡면 스마트용 커버 글라스 제조 장비’를 2013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3D 곡면유리는 평면 유리를 금형에 넣고 예열·성형·냉각해서 만든다. 이 장비는 3D 곡면유리를 열 성형한 뒤 폴리싱(유리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작업)이 거의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다. 열성형기 내부를 산소가 거의 없는 준진공 상태로 만들어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형 산화를 원천 차단하는 ‘3D 곡면 글라스 비연마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유리 표면에 생기는 주름과 성형 자국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대호테크는 세계 3D 곡면유리 장비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 스마트폰업체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 2014년 48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08억원으로, 같은 기간 수출액은 251억원에서 7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12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34.3%에 달했다.

◆직원 기 살리기

대호테크의 직원 복지는 ‘3일 4석 610’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된다. 정 대표는 ‘20대에 전문 지식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전국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하고 있다. ‘고졸 실습사원이 30세까지 1억원을 벌고 40세까지 석사학위를 받은 뒤 60세에 현금 10억원을 모아 기술 유목민이 되게 하자’는 게 슬로건의 핵심 내용이다. 박사학위까지 학비를 전액 지원해준다. 지금까지 박사 1명, 석사 5명, 학사 4명, 전문학사 11명 등 총 21명이 학위를 받았다. 60여 명의 직원 중 40명가량이 연구개발(R&D)직이다. 창원 본사 2층 회의실 한쪽 벽면은 특허증(특허 45건)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정 대표는 수익의 10%를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1%는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성과급과 별도로 특허를 내면 포상하는 직무발명보상제도 운영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직무발명보상제를 통해 발명자에게 30억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그는 “아메바 형태의 계열사 10개를 세워 매출 1조원의 기업군을 일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창원=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