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확진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 만에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확진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가 다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에 떨고 있다.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 소비자들이 다중밀집지역 노출을 꺼리면서 백화점·대형마트·관광지 매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메르스 확진은 추석 연휴(23~26일), 코리아세일페스타(28~10월7일), 중국 중추절(22~24일)과 국경절 연휴(10월1~7일) 등 국내 유통·관광업계 최대 대목을 앞두고 발생해 관련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1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쿠웨이트를 방문하고 국내로 입국한 61세 남성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확진 판정은 2015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A씨는 현재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긴급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감염병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 총리는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강조하며 2015년 메르스 대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유통·관광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당장 오는 23일부터 추석 연휴→중국 중추절→중국 국경절→코리아세일페스타로 이어지는 유통업계 연중 최대 대목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소비자들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다중밀집지역을 피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이 텅 비고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상품 예약도 뚝 끊긴 전례가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입은 유통업계 피해 사례를 집계한 결과 메르스 사태 발생 직후인 6월 국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대형마트는 10% 급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메르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15년 6월 말 매출이 전국 평균 20% 감소했고, 수원·평택 등 메르스 위험지역 내에선 50% 이상 줄었다. 영화관 CGV 역시 2015년 6월 전국 극장 관객수가 직전달에 비해 20% 감소하는 등 메르스 공포에 시달렸다.

한국은행 통화운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가 유행하던 2015년 6월 경제 지표는 운수(-6.1%), 숙박·음식(-10.2%), 예술·스포츠·여가(-12.6%) 부문에서 큰 감소를 보이는 등 대면접촉이 필요한 소비활동 부문의 타격이 특히 심각했다.

관광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5년 메르스로 인해 당시 국내 관광 산업은 2조6500억~3조4000억원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연구원의 '메르스 사태로 인한 관광산업의 피해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6~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53만3000명이나 줄었다. 한국 관광 상품을 취소한 이유로는 '메르스 등 전염병 감염 우려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3.1%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여행업협회에서 추산한 자료에서도 7∼8월 한국에서 숙박이나 관광지 등을 이용하겠다고 예약한 외국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2.1% 급감했다. 한국인의 국내 관광 감소 피해액만 따져도 6월 한 달에만 6300억원 달했다.

유통업계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 사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이번 메르스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손 소독제를 마련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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