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8년 9월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IB)이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글로벌 신용경색을 촉발했고 그 뒤 몇 년간 세계 경제는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QE) 정책은 논란은 있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 덕에 글로벌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Fed의 긴축 정책이 본격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통상전쟁이 심화되며 세계엔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뒤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터키와 아르헨티나,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통화 위기가 그 전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다음 위기를 촉발할 요인으로 △글로벌 금리 인상 △신흥국 위기 △글로벌 무역전쟁 △이탈리아로 인한 유로존 붕괴 △중국 부채위기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1) 금리 인상의 거센 후폭풍

지난 7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99.8%로 봤다. 오는 12월 회의에서 인상할 가능성도 전날 70.9%에서 74.3%로 올라갔다. 8월 시간당 근로자 임금상승률이 전년 대비 2.9% 올라 2004년 이후 최고라는 통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경기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QE를 통해 공급된 이자가 싼 자금을 마구 써온 세계 경제 곳곳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에서부터 거품이 꺼질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BBB등급 회사채는 2조5000억달러(약 2810조원) 규모로 불어 전체 회사채 시장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시장이 붕괴되면 연기금과 보험사,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및 은행 등이 막대한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
월가가 경고한 다음 뇌관은… 신흥국發 위기·무역전쟁·中부채
(2) 커지는 신흥국 위기론

미 금리 상승은 달러화 강세를 부르고 막대한 달러 부채가 있는 터키 등 신흥국들의 위기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7월까지 달러화 대비 23% 폭락한 터키 리라화는 지난 8월부터 이달 5일까지 또다시 25.4% 급락했다.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합의 이후 잠잠하던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30%를 웃도는 물가상승률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지난달 말부터 다시 급락하며 올 들어 51% 떨어졌다.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도 통화가치 급락,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경기침체 등으로 통화 위기를 겪고 있다. 약 800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FTSE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5일 1.7% 하락해 7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신흥국 위기는 지난 10년간 값이 싸진 달러를 대규모로 쓴 탓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금융 부문을 제외한 신흥국의 외화표시 부채 규모는 2013년 말 4조9000억달러에서 올 1분기 사상 최대 수준인 5조5000억달러(약 6180조원)로 증가했다. 위기에 처한 신흥국들은 경상수지도 만성적인 적자 상태다.

(3) ‘시한폭탄’ 무역전쟁

미국발 무역전쟁도 1929년 대공황을 부른 것처럼 세계 경제를 침몰시킬 수 있다.

보호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때리면서 지구촌은 거대한 통상전쟁의 화염에 휩싸였다. 미국과 중국은 500억달러 규모의 상대 제품에 대해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으며, 미국은 2000억달러 상당에 추가 관세를 때릴 예정이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2670억달러 규모에 대한 추가 관세도 준비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하겠다는 얘기와 같다.

통상전쟁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최대 2조달러의 글로벌 교역량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보호주의가 일련의 부정적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고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4) 이탈리아發 유로존 불안

2012년 재정위기를 겪은 이탈리아는 당시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3% 내로 제한하는 EU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출범한 포퓰리즘 연립정부는 감세와 재정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만약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을 경우 EU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이탈리아 국민의 59%만이 유로화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유로존 내에서 가장 낮은 지지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난다면 파장은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5월 340억유로, 6월에는 380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팔았다.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금리) 격차는 3%포인트에 육박한다.

(5) 만만찮은 중국 부채위기

GDP 대비 중국의 총부채비율은 2008년 160%에서 지난해 260%로 상승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중국을 아르헨티나, 터키와 함께 부채 위험이 가장 큰 3개국으로 꼽았다. 게다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3년간 중점 추진할 과제로 부채 축소를 제시하며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채권시장에서 발생한 디폴트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0%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채 문제가 이전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동안은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중국 정부도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