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대비해 일본 엔화를 사고, 한국 원화를 팔라고 권고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원화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에서 입니다.

골드만삭스 외환전략팀(F/X)은 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메모를 보내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매길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글로벌 외환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며 △글로벌 시장의 리스크 회피 기조가 확산되고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여러 통화에 영향을 줄 것이란 겁니다.

이 세가지 요소를 밴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면, 한국의 원화는 세 요소에 모두 영향을 받는 유일한 통화로 지목됩니다.

한국이 수출 중심 국가인데다,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본 엔화는 세계 경제가 위기일 때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강세를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환율 조작을 공격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위안화가 안정적으로 움직이거나 약세를 보여도 매우 점진적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엔화는 통상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온 만큼 위안화 변동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외환 측면에서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대한 헤지를 하려면 다음과 세가지 전략을 취하라고 조언합니다.

①일본 엔화에 대한 미국 달러 포지션을 줄여라.
②한국 원화에 대한 미국 달러 포지션을 확대하라.
③아시아 외 신흥국의 하이베타 통화들, 즉 칠레와 페루 통화 등에 대해 주의하라. (칠레의 경우 구리가 주력 수출품인데, 중국이 구리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함)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 "트럼프가 중국 관세 때리면 엔화 사고 '원화' 팔아라"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보면 원화는 향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다만 골드만삭스 F/X 팀의 실력은 '별로'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5월께 향후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급증하는 미국 행정부의 재정 적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달러는 계속 강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 시장에선 마이크론이 9.9% 급락하는 등 반도체주가 폭락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이날 D램 등 주요 반도체의 수요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데 따른 겁니다. 또 세계적인 반도체장비회사인 KLA 텐코의 CFO는 씨티그룹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9월 들어 메모리칩 수요가 가뭄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시장에선 반도체 수요 때문에 반도체주가 폭락했다기보다는 조만간 뉴욕 증시에 큰 폭의 조정이 올 것이 관측 탓에 투자자들이 그동안 많이 오른 주식부터 돌아가면서 내다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날은 아마존과 넷플릭스 등 대표 기술주가 폭락했었지요.

한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부터 팔아 수익률을 확보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 "트럼프가 중국 관세 때리면 엔화 사고 '원화' 팔아라"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