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 방침을 내놓으면서 고용 규모와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금융공기업이 ‘이전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 이어 세 번째 금융중심지 조성을 앞둔 전북혁신도시(전주시·완주군)로 일부 금융공기업이 이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부산 이어 전주도 금융허브 지정되나
◆어떤 곳이 전북으로 가나

금융연구원은 지난 5월부터 금융위원회의 발주를 받아 ‘금융중심지 추가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일대에 2016년 말 조성이 마무리된 전북혁신도시를 서울과 부산에 이은 제3의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 연말께 완료되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전북혁신도시를 금융중심지로 추가 지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9년 1월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른다. 이달 기준으로 전북혁신도시엔 12개의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 중 금융 관련 기관은 국민연금공단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등 농생명 관련 기관이다. 이 때문에 전북혁신도시가 금융중심지로 추가 지정되면 수도권에 있는 금융공기업 중 일부가 이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밝힌 공공기관 이전 대상 122곳 중 금융공기업은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10여 곳에 이른다. 당정은 산은과 기은 등은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북 지역사회의 요구를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라북도는 금융중심지 추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금융타운 종합개발계획을 내놓는 등 금융공기업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융경쟁력 하락한 서울과 부산

금융공기업 임직원들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잇단 출장에 따른 업무 비효율이 엄청날 것”이라며 “젊은 직원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은 전문인력 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정원이 278명인 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이전 후 50여 명이 떠났다. 실장급 직원뿐 아니라 최고투자책임자(CIO)도 1년 넘게 공석이다.

잇단 금융허브 조성이 오히려 집적 효과를 낮춰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적 금융도시인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등에 비춰볼 때 금융중심지는 경제력이 집중된 대도시에 몰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과 부산 등의 금융 경쟁력 국제 순위도 하락하고 있다. 영국계 컨설팅 기관인 지옌그룹이 매년 공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올해 서울의 금융 경쟁력 순위는 조사 대상 96개 도시 중 27위를 기록했다. 2015년 7위에서 3년 새 20계단 급락했다. 부산도 같은 기간 24위에서 46위로 떨어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