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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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서 단 두 시간 만에 무려 약 19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5일 오후 6시47분경 2389억달러(약 268조원)를 유지하던 암호화폐 전체 시가 총액이 오후 8시47분께 2222억달러(약 249조원)까지 줄어든 것이다.

시총 급감의 원인은 골드만삭스의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 철수 소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계획했던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 개설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830만원대(이하 출처 거래소 빗썸)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시세는 두 시간 만에 790만원으로 떨어져 5% 가까이 하락했다.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인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13% 내린 28만원, 이오스는 14% 떨어진 6330원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 암호화폐도 큰 폭으로 동반 하락했다.

하락세는 이어져 비트코인 시세는 6일(한국시간) 오전 9시30분 기준 743만원까지 떨어졌다. 24시간 전에 비해 10% 이상 급락한 수치다. 이더리움(25만원)과 이오스(5730원) 등은 동일 기준으로 20%대 하락, 낙폭이 더 컸다.

투자자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오락가락 입장 번복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12월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를 개설할 계획을 공개하면서 동시에 시장에 대해선 비관적인 리포트를 내보냈다. 올 3월에는 비트코인의 새로운 연저점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4월이 되자 암호화폐 전문가 저스틴 슈미트를 고용했다. 지난달 암호화폐 위탁관리 서비스를 계획한다고 했다가 이번에 돌연 암호화폐 거래 데스크 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상황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블랭크페인 CEO는 지난해 11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건방진 행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가 대형 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형 자본을 보유한 투자사들이 긍정적 발언과 부정적 발언을 내놓으면 시세가 출렁이는 양상 탓이다.

한 투자자는 “골드만삭스는 거래 데스크 취소와 무관하게 이미 암호화폐 스타트업 서클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를 해오고 있지 않느냐. 발언 번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서클은 글로벌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를 갖고 있으며 디지털 버전 달러화이자 암호화폐인 ‘서클 USD 코인’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30일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후임 CEO로 선임할 예정이다. 새 CEO가 될 솔로몬 COO는 블랭크페인 CEO와 달리 비교적 일관성 있는 비트코인 긍정론자로 알려져 투자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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