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합의를 못 이룬다면 캐나다를 (NAFTA에서) ‘아웃’시키겠다.”(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쁜 NAFTA를 맺느니 협상에 합의하지 않는 게 낫다.”(5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미국과 캐나다 양국 정상들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둘러싸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5일 재개된 양국 간 협상은 이달 말을 기한으로 진행된다. 촉박한 기한 내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각자가 협상 개시 전부터 기선 제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뤼도 총리는 기자들에게 “NAFTA 개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많은 현안이 있다”며 “캐나다 국민에게는 나쁜 NAFTA 협상보다는 협상에 합의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NAFTA에 캐나다를 계속 머무르게 할 정치적 필요성이 없다”며 “(NAFTA가) 수십 년간 악용된 뒤에도 우리가 공정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캐나다를 뺄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멕시코와 NAFTA 재협상을 타결한 뒤 캐나다와 후속 협상을 벌였으나 타결에 실패하자 아예 NAFTA를 폐기하고 미국과 멕시코 양자 협정으로 가겠다고 캐나다를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월1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NAFTA 협정 서명을 마치기 위해 의회에 오는 30일까지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미 상원은 멕시코와의 양자 협정으로 NAFTA를 바꾸는 수정안은 절대 비준하지 않겠다고 내부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NAFTA에서 캐나다를 제외할 수 있다고 위협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캐나다와의 협상을 통해 NAFTA 재협상을 타결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핵심 쟁점은 캐나다 유제품 시장 개방과 NAFTA 19조 개정(분쟁조정절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에 낙농제품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양국이 낙농제품에 수입쿼터를 적용하고 있다. NAFTA 19조는 양국 간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국 관계자들이 공동 분쟁조정기구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을 폐지하고 각국 법원을 통해 무역분쟁을 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는 자동차 부품 원산지 규정,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해결 등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앞서 멕시코는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NAFTA 개정안 합의를 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