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 자산·순익 KB금융 앞서게 돼… '버티기 전략'으로 가격 낮춰
생보업계 지각변동 예고… 신한생명과 합병시 양사 자산규모 5위로 올라
신한금융, 옛 ING생명 품에 안고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리딩 금융그룹' 위상을 탈환하기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옛 LG카드 인수 후 신한금융 역사상 11년 만의 '빅딜'이다.

조 회장은 이른바 '버티기 전략'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신한금융은 자산 규모에서 KB금융을 넘어서고 순이익 측면에서도 앞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 '오버페이 없다'에 오렌지라이프 몸값 3조원에서 2조3천억원으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말 매각을 추진하면서 내놓았던 희망 가격은 3조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매수자들의 '입질'이 시원치 않자 올봄에 가격을 2조5천억원으로 낮췄다.

신한금융은 2조2천억원 내외의 가격을 제시하고 그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를 서둘러 팔 이유가 없었다. 상장과 배당 등으로 오렌지라이프를 사들이는 데 투입한 1조8천억원의 대부분을 회수했기에 느긋하게 최대 수익을 주는 매도자에게 넘기면 됐다.

오렌지라이프의 주가 움직임이 상황을 변화시켰다. 연초 6만원대를 넘었던 주가는 2월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3만원 초·중반대로까지 주저앉았다. MBK파트너스로서는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었다.

숫자는 2조4천억원으로 내려갔고, 신한금융은 그제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최종 가격은 2조3천억원. 신한금융은 그새 1천억원을 더 깎은 것이다.

KB금융이 2012년 옛 ING생명을 인수하려 했을 때 가격인 2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2조3천억원이라는 이번 인수가격은 높은 편이다.

특히 당시는 지분 100% 인수이지만 이번에는 매입 지분이 59.15%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오렌지라이프의 연간 순이익이 2013년 말 1천878억원에서 지난해 말 3천402억원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고 새 국제회계 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탄탄한 재무구조가 부각된 점 등을 고려하면 신한금융의 '오버페이' 여부는 향후 이번 인수로 시너지를 얼마나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생보사 인수로 비은행부문 강화… 생보 '빅3' 아성에 도전하나
신한금융이 비(非)은행 부문의 역량 강화로 생명보험사를 선택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이라는 중견 생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는 없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구성상 경쟁사인 KB금융이 생보사 보강이 필요했다.

KB금융은 손해보험 분야에서는 업계 2위권을 다투는 KB손해보험이 있지만 KB생명은 생명보험 분야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KB금융은 공공연하게 생보사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들여다본 것은 일단 손보 쪽에 마땅한 매물이 없고 손보업계 진출이 여의치 않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손보업계 상품은 정책 변수에 따라 이익의 변동성이 크다.

또 전통적으로 기존 상위 4개사가 견고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가 않다.

생보업계에 외국계 보험사가 많이 진출한 반면에 손보업계에는 외국계가 없는 점은 그 방증이다.

매물로서 오렌지라이프의 강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이슈에서 자유롭다.
신한금융, 옛 ING생명 품에 안고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나
외국계였던 오렌지라이프는 미리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자산부채관리(ALM)를 해온 덕분에 지급여력(RBC) 비율이 6월 말 현재 437.9%로, 업계 선두권이다.

새 회계제도가 2021년 시행되더라도 자본을 늘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신한생명과 합병하게 되면 신한생명의 RBC비율을 높여줘 신한생명의 자본확충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 신한생명의 RBC비율은 199.6%다.

두 회사의 영업망이 크게 겹치지 않은 점도 향후 시너지가 날 토대가 될 수 있다. ING생명은 설계사 중심의 영업을 하고 설계사 대부분이 남성이다. 영업망이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에 집중됐다.

신한생명은 설계사뿐 아니라 텔레마케팅(TM), 방카슈랑스 등 영업 채널이 분산돼 있다. 영업조직은 경기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뻗쳐 있다.

인수합병 후 통합(PMI) 과정을 거쳐 양사가 화학적 결합에 성공하면 생보업계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

일단 자산 규모가 커진다. 6월 말 현재 오렌지라이프(31조5천억원)과 신한생명(30조7천억원)의 생보업계 자산 규모 순위는 6위와 8위다. 양사가 합치면 자산이 62조2천억원으로 늘어나 NH농협생명(64조4천억원)에 바짝 다가선 5위로 오른다.

삼성생명(258조3천억원), 한화생명(112조6천억원), 교보생명(98조8천억원) 등 '빅3'의 아성은 여전하지만 계열사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농협생명을 제치고 교보생명의 자리도 사정권 안에 둘 수도 있다.

◇ 신한금융 이번 인수로 자산규모 KB금융 제쳐
신한금융은 이번 인수로 1등 금융그룹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최근 9년간 차지했던 1위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에 내주며 자존심이 구겨졌다. 올해에도 2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7천956억으로, KB금융(1조9천150억원)에 1천194억원 모자랐다.

이번 인수로 연간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2천억원이 늘어난다.

지분율이 59.15%이고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순이익이 3천402억원인 점을 단순 계산한 숫자다.

신한금융이 나머지 지분도 사들여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이 온전히 신한금융 실적으로 반영돼 KB금융을 여유 있게 따돌릴 수 있게 된다.

자산 규모로는 신한금융이 KB금융을 바로 앞서게 된다. 6월 말 현재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53조3천억원, KB금융은 463조3천억원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의 자산을 더하면 484조8천억원으로 불어나 KB금융을 훌쩍 넘어선다. 결국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안착시킬지가 관건이다.

신한금융은 굿모닝신한증권(2002년), 조흥은행(2003년), LG카드(2007년) 등 굵직한 M&A로 커 왔기에 화학적 결합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노조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우선 과제다. 노조는 고용 안정과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한 후 2014년 전체 직원의 20%를 줄인 전례가 있다.

신한생명과의 통합은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사례인 LG카드 인수를 보면 2007년 3월 인수 후 그해 10월 통합해 인수 후 통합까지 7개월가량 걸렸다.

하지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영업형태나 기업문화가 달라 LG카드 때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