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수출품에 달러당 4페소 세금…"2020년 재정 흑자 전환 예상"
마크리 대통령 "페소 하락에 이득 수출업자 기여 필요…경제 안정되면 해제"
금융위기 아르헨티나 '초긴축'… 수출세 부과·부처 절반 축소
아르헨티나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주요 곡물 수출품에 세금을 부과하고 정부 부처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초긴축정책을 실시한다.

중도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TV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 재정수입을 늘려 흑자로 전환하기 위한 비상 긴축 정책을 발표했다고 라 나시온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긴축 정책은 내년부터 주력 곡물 수출품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현재 19개인 정부 부처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간장·콩기름의 수출국이며 옥수수, 밀, 콩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런 주요 곡물 수출품에 달러당 4페소, 가공 제품에 달러당 3페소의 세금이 각각 부과된다.

현재로서는 어떤 부처가 통합되거나 폐지될지 발표되지 않았지만 공무원의 대량 감원이 불가피해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 정책은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가운데 발표됐다.

페소화 가치는 지난주에 16%가량 급락하고, 올해 들어 50%가량 하락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것은 또 다른 위기가 아니라 마지막이어야 한다"면서 "수출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비상대책으로, 일단 경제가 안정되면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소화 가치 하락으로 이득을 본 수출업자들이 더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을 계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30%를 웃돌아 빈곤율이 높아지겠지만 정부는 아동복지 등과 같은 일부 사회 프로그램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니콜라스 두호브네 재무부 장관은 이번 긴축 정책 실시로 내년에 국가 부채 관리 비용을 제외할 경우 균형예산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과 500억 달러(55조5천8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하면서 내년도 재정적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의 1.3%로 제시한 바 있다.

두호브네 장관은 긴축 정책 덕에 오는 2020년까지 정부가 국내총생산의 1%에 달하는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르헨티나는 주요 곡물 수출 가격 부진과 금융위기, 물가상승 탓에 올해 1%가 넘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IMF 관계자들과 만나 5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중 우선 지원된 150억 달러(16조7천625억 원)를 제외한 금액의 조기 집행 방안을 논의한다.

페소화 환율은 긴축 정책 발표에도 달러당 37.4페소로 마감한 직전 거래일보다 4% 상승한 39페소대에 거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