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새로운 차량 판매 방식인 ‘서브스크립션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를 도입했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소비자가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내고 차량을 선택해 탈 수 있는 제도다. 공유경제의 다음 모델로 불리는 ‘구독 경제’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힌다.
정액요금 내고 車 빌려탄다… 현대차, 美서 '자동차 정기구독' 서비스
◆月 30만원, 마음대로 골라 탄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금융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는 지난 6월부터 ‘현대 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2018년형 투싼과 싼타페, 쏘나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중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탈 수 있다. 월 정액요금은 279달러(약 3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 금액 안에는 차량 임대가격과 보험료, 유지보수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현대차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현대 플러스는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에 선보인 ‘아이오닉 언리미티드 플러스’ 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제도로 평가받는다. 아이오닉 언리미티드 플러스는 소비자가 월 정액요금을 내고 36개월간 전기자동차 아이오닉을 빌려 타는 서비스다. 차량 등록비와 소모품 교환비 등이 정액요금에 포함되고, 기존 차량 리스 프로그램과 달리 주행거리 제한이 없다. 하지만 장기 렌트 서비스와 별다를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마크 아바시 HCA 부사장은 “현대 플러스는 이전보다 한 차원 더 진화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라며 “소비자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차량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업계, ‘구독 경제’가 대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는 ‘포르쉐 패스포트’라는 이름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달에 2000달러(약 220만원)를 내면 박스터와 카이엔 등 고가의 차량을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다. 월 납입금을 높이면 카레라 911과 같은 슈퍼카도 빌릴 수 있다. 대여 차량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선택해 원할 때마다 바꿀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구독 경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벤츠가 제공하는 ‘벤츠 컬렉션’ 서비스의 월 구독료는 대여 차량의 등급에 따라 1095달러(약 120만원)부터 2955달러(약 330만원)까지 다양하다. 월 1595달러(약 180만원)를 내면 중형 SUV GLE350과 중형 스포츠세단 C43 AMG 등을 빌릴 수 있다. BMW의 ‘BMW 엑세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2700달러(약 300만원)에 BMW의 고성능차 브랜드인 ‘BMW M’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다.

현대차도 올 들어 차량공유 서비스 등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초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에 투자했다. 투자금액은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에는 호주 차량공유 업체 카넥스트 도어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개인이 개인에게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주는 독특한 사업 모델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에는 인도 차량공유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레브에 투자했다. 이 업체는 인도에서 업계 최초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선보인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유의 개념을 공유와 구독이 대체해가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제조업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경제

subscription economy. 신문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 의류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식음료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로 월정액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