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18개 항목 중 4개 합의…中, 무역전쟁에 조기타결 무게
세계 경제 2∼3위, 중국-일본 관계 개선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
무역전쟁 위기에 중국 '메가 FTA' 가속페달…11월 타결 기대감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중국이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을 포함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연내 타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일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RCEP 협상을 위한 16개국 장관급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려 세관 운영 절차, 정부 조달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했다.

이로써 앞서 합의된 중소기업, 경제기술 협력까지 더해 RCEP의 총 18개 부분 가운데 4개 항목에 관한 담판이 끝났다.

찬춘신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장관은 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핵심 요소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졌으며 오는 11월 관련국 지도자들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더욱 광범위한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CEP는 중국,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10개국 등 16개 나라가 참여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FTA다.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면 역내 인구는 30억 명에 달하게 되며, 세계 무역량의 30%를 차지하게 된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는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을 주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했다.

중국은 자국을 배제한 TPP를 중국의 세력 및 영향력 확장을 막고 중국을 포위하는 '경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간주하고 이에 대항하는 RCEP 협상을 주도해왔다.

RCEP 협상은 2012년 11월 정식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GDP 기준으로 세계 2∼3위인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분쟁 등 문제로 장기간 관계가 경색되면서 협상이 수년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각국 간에 상품·서비스 개방 수준 등을 놓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도 협상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RCEP 논의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이 RCEP 조기 타결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한 것이 논의에 한층 속도를 붙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훠젠궈(藿建國) 전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원장은 "중국은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 형성의 주도권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RCEP 논의는 이미 너무 지연됐으며 중국이 더는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RCEP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던 중일관계도 지난 5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일본 공식 방문을 계기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추세다.

일본 정가에서는 1978년 10월 23일 발효한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맞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23일 무렵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TPP에서 탈퇴하면서 TPP의 기대 효과가 애초 기대만큼 미치지 못하게 되면서 일본 역시 무역 활로를 뚫기 위해 역내 메가 FTA인 RCEP 협상 타결에 의욕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세계에서 보호 무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며 "아시아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무역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